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노선영이 팀워크 불협화음으로 왕따 논란을 낳은 '여자 팀추월' 경기에 대해 "버리는 경기였다"고 주장했다.
노선영은 8일 방영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메달권 선수에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며 '공평한 기회'를 강조했다.
노선영은 여자 팀추월 경기 논란에 대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며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 인식과 그로 인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불공정 대우라고 지적했다. 노선영은 "노선영-김보름-박지우가 아니었어도 누구에게나 일어났을 것"이이라며 "그 경기는 버리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더 신경 쓰고 집중한다는 것.
이어 "저는 메달권이 아니었다. 아시아 선수가 장거리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힘들었으니까"라며 "빙상연맹의 차별을 다른 선수들도 체감한다. 지원이 적거나 그러기보다는 메달이 유력한 후보 선수들에게는 좀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노선영은 "밴쿠버 올림픽 정도부터 빙상연맹이 메달권 선수에게 특혜를 주는 등 차별 대우가 있었던 것 같다"며 "국가대표를 10년 넘게 했는데 어렸을 때는 안 그랬다. 제가 처음 들어간 고등학생 때는 못 느꼈다. 그때는 어려서 코치나 감독이 시키는 대로 운동만 했고, 있었다고 해도 못 느꼈다"고 주장했다.
한 빙상연맹 관계자 역시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 빙상연맹의 차별 대우를 인정했다. 그는 "'버리는 경기'에 희생된 선수들이 엄청 많다. 1년에 몇 명 씩 나온다. 우리나라는 팀을 보는 게 아니라 메달 딸 선수를 정해놓고, 한 선수에 맞춰 가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한국은 코치가 강요를 해서 하는 거지만 외국은 이렇게 강요에 의해서 못 한다. 선수 인권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빙상연맹의 파벌에 대해 "언론에서는 파벌이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은지 오래됐다. 한 사람이 이사회 구성부터 선발까지 모든 권한을 다 행사하고 좌지우지한다"며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를 꼽았다.
그는 "그 사람 말 안 들으면 피해를 보니까 모든 코치, 학부모, 선수가 그의 말을 듣는다. 한체대 빙상장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훈련을 같이 한다. 거기에 있으면서 학부모나 선수들한테 '여기 있으면 저렇게(메달) 만들어 준다'고 보여주는 거다. 어린 선수들은 잘 모른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너도 혜택을 받는다'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4년 뒤 도움받을지 어떨지는 모르는 일이며 절대 도움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노선영은 해당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선영은 "사회가 무조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메달을 따지 못하 선수도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서 그 자리에 간 거다. 메달로 노력의 크기를 재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인식이 바뀌면 연맹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 위주로 특혜를 주는 일이 없어질 거다. 모든 선수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즉 메달에 집착하는 사회 풍토에 연맹이 발맞춰 누군가(메달권 후보)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
노선영은 "남아 있을 후배들이 더 이상 차별 대우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평한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네티즌은 "빙상연맹이 무슨 복지 단체냐. 실력 있는 선수에게 더 많은 혜택 주는 건 당연한 건데", "본인 입으로 메달권 선수 아니어도 '지원이 적은 건 아니라고'하는데 그럼 된 거 아닌가", "속 시원한 얘기는 하나도 없네", "이참에 삼자대면하자", "구체적으로 어떤 특혜가 있다는 건지", "공정한 출발선이 아니라 결과적 평등을 바라는 것 아닌가요?", "특혜 받기 위해 너도나도 메달권 후보 선수가 되려는 것 아닌가. 그 과정은 공정한 것 같은데", "팀 때문에 개인 경기 망치는 것도 희생이고 폭력"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공부 잘 하는 애들과 중간 정도 하는 애들 차별화 수업하는 거랑 같은 논리다. 정부 지원받는 데서 그러면 안 된다", "엘리트 체육 방식 버리고 생활 체육으로 바뀌어야", "신인에서도 충분히 실력 있는 사람 나올 수 있는데" 등 노선영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었다.
앞서 노선영은 빙상연맹의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으나 도핑으로 인한 러시아 선수들의 자격 박탈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팀추월 경기로 왕따,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왕따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름과 박지우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글과 비난이 빗발쳤다.
노선영은 이후 "올림픽이 진행 중이니 끝나면 말씀드리겠다"며 기자회견이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