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0억 원대 뇌물 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역대 4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불러 조사한 지 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전후로 영장심사를 열고 22일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수 혐의액은 110억 원대이며 횡령액은 350억 원이다. 구속영장은 별지를 포함해 207쪽에 달하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담은 검찰의 의견서는 1000쪽이 넘는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다스의 실제 소유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적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회사의 설립과정, 설립 과정에서 자금 대는 것, 회사 내 주요 의사 결정 누가 했는지, 수익은 누가 가져갔는지 (기준으로 비춰봤을 때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하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다스의 350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350억 원 모두 조세포탈에 해당하지만 조세포탈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다스 경리 직원이 개인적으로 횡령한) 120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부분을 조세포탈 혐의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BBK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받는) 다스 소송 과정에 개입한 부분과 함께 청와대 직원 통해 (처남인) 김재정 씨 사망 이후 상속세 납부 방향에 대해 검토시킨 부분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 소명이 충분한 부분을 포함시켰고, 추가 수사 필요한 부분은 범죄 혐의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측근을 통해 상납받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는 총 17여 원이다. 검찰은 이 가운데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과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을 통해 각각 건네받은 5000만 원과 10억 원에 대해서는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구속영장 범죄 혐의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개별 혐의 내용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혐의고 계좌내역과 장부,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인 자료와 핵심 관계자 다수의 진술로 (혐의가) 소명됐다고 봤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전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모두 부인하고 관련자들과 '입 맞추기'를 하고 있어서 증거인멸 우려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범죄 사실 중 일부 혐의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따른 공범이 구속돼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안 하면 형평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혐의와 비교해 질적·양적으로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벌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국정원과 대북사업비로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밖에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선상에서 한 일"이라며 모두 부인했다고 한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정치 보복'이라며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영장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권력이 총동원되어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 로 이미 예상되었던 수순"이라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