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에 국민이 직접 사업을 제안하고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지난해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시행 첫해부터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삐걱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가 국민참여예산제도 시행을 위해 마련한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사업 제안이 40건에 그쳤다. 한 명이 중복으로 제안한 것을 제외하면 30여 건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내달 15일까지 한 달간 국민 사업 제안을 받을 계획인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국민참여예산제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 제안 등을 받기 위해 지난해 한시적으로 운영한 ‘광화문1번가’가 출범 직후 50일 동안 방문자 100만여 명, 정책 제안 18만여 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의 준비 부족이 꼽힌다. 기재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마치고 올해 3~4월 국민 사업 제안을 받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작 사업 제안 사이트 개통은 월초가 아닌 15일 시작됐다. 앞서 올해 운영 예산이 국회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세부안 마련이 지연되면서 대폭 삭감되기도 했다. 그만큼 국회 설득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또 사업 제안이 일반 국민이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재부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홍보하며 국민들이 손쉽게 예산 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제안 방법, 국가 예산 전반에 관한 정보와 제안 사업 진행 상황, 예산 사업 검색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국민참여예산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SNS에는 사업 제안을 위해서는 추정 사업비와 산출 근거를 적도록 했는데 쉽지 않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일반인 입장에서 사업비를 추정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40건의 사업 제안을 분석해 보면 추정사업비를 0원으로 적은 사례가 많다. 적었더라도 추정사업비를 50조 원으로 적거나 1000만 원으로 추정하는 등 비현실적인 사례도 있다. 아울러 홍보에 비해 접수 기간이 겨우 한 달로 짧은 편이다.
국민이 제안한 사업은 중앙정부 사업으로서의 적격성을 갖췄는지 심사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5월 말까지 진행한다. 6~7월에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되는 예산국민참여단에서 후보사업을 압축하고 7월 말 일반 국민 설문조사와 예산국민참여단 투표를 통해 최종 사업을 결정, 8월 정부 예산안으로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