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청와대는 개헌안을 발의하기 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아주 보기 드물게 청와대는 3일간에 걸쳐 국민에게 직접 개헌안에 대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마도 청와대는 개헌에 관해 국회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갖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국회가 움직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만일 국회가 움직이지 않았다면 청와대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며 개헌을 밀어붙였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했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은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청와대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정치를 해나가는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도입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직접민주주의적 접근 방식은 우리나라의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정치 행태는 자칫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될 수 있어 위험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단 청와대의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그런데 국회에서 여야 간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는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권력 구조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권력을 가진 측은 언제나 대통령제를 원했고, 권력에 도전하는 측은 항상 권력 분산형 정치체제를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에도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시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개헌을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관건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개헌 국민투표 시기다. 지금처럼 청와대와 여당이 6월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를 주장한다면, 이를 자유한국당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6월 동시투표를 반대하는 이유는 정치공학적 측면과 명분적 측면,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먼저 정치공학적 측면으로 보면,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하면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한국당의 입장에선 선거에서의 선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진다. 왜냐하면 투표율이 낮아야 기존의 정치 조직들이 선거판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그래야만 현재 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지역을 수성(守城)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명분적 이유로 시간의 촉박함을 들 수 있다. 6월에 투표에 부친다면 이제 고작 두 달 정도 남았다. 이 기간에 국민에게 개헌 관련 정보를 충분하게 알리는 건 불가능하다. 권력 구조만 봐도 그렇다. 정치인 중에도 의원내각제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이 의원내각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볼 수가 없다. 의원내각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야 국민의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 두 달 동안 이런 것들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개헌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허송세월을 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어려움을 과연 정치권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치권이 현명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