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9일 후인 1937년 4월 17일 일본에서 소설가 이상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사상 불온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가 병보석으로 한 달 만에 석방됐다. 이후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20여 일 만에 벌어진 연이은 비보에 그들의 가족과 벗들이 받은 충격은 매우 컸다. 얼마 후 합동 추도식을 올리며 두 사람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리고 81년이 지나 이상과 김유정을 추모하고 이들의 삶과 우정, 그리고 문학 세계를 들여다보는 책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가 출간됐다. 이상과 김유정은 우리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천재들이었지만 살아생전 그들과 그들의 작품은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1935년 김유정의 신춘문예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다. 낯을 심하게 가리는 김유정과 모던보이요, 투사와도 같았던 이상은 성격은 달랐지만 유독 잘 어울렸고, 우정도 남달랐다. 두 사람 모두 가난한 데다 폐병과 사랑의 열병을 앓았으며, 하는 일마다 잘 풀리지 않는 등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
‘우리 서로에게 별이 되자’는 이상과 김유정, 두 문학 천재가 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빚어낸 삶의 희로애락을 오롯이 담고 있다. 두 사람이 남긴 주옥같은 글 중 삶이 직접 투영된 에세이 만을 엄선해 당시 그들이 느꼈던 외로움과 고독, 삶의 순간순간 여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책에는 이상과 김유정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벗들이 슬픔을 억누르며 그들을 추억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들이 느낀 먹먹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글이다.
소설가 채만식은 김유정을 추억하며 “세상에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유정임을 절절히 느꼈다. 공손하되 허식이 아니요, 다정하되 그냥 정이요, 유정에게 어디 교만이 있으리오. 그는 진실로 톨스토이(유정의 마지막 일작 ‘따라지’의 등장인물로 누이에게 얹혀살며 글을 쓰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될 수만 있다면 나 같은 명색 없는 작가 여남은 갖다 주고 다시 물러오고 싶다”고 밝혔다.
소설가 박태원은 이상을 추억하며 “그는 온건한 상식인 앞에서 기탄없이 그 독특한 화술로써 일반 선량한 시민으로서는 규지할 수 없는 세계의 비밀을 폭로한다. 그는 술을 사랑하고 벗을 사랑하고 또 문학을 사랑했으면서도 그것의 절반도 제 몸을 사랑하지 않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