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현 CEO들의 카리스마 경영에 슈퍼맨이 후임 돼도 어려울 것”…외부 인사·여성·외국인 가리지 말고 폭 넓게 인재 찾아야
스펜서스튜어트의 랄프 랜드만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세대에 걸친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새 사업 모델에 적응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르노,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다임러, 도요타, 재규어,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최소 수년 안에 승계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 타자는 FCA다. FCA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는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해 안에 차기 CEO를 지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르치오네는 그동안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후계자가 겪을 부담도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르치오네와 과거에 함께 일했던 한 소식통은 “슈퍼맨이 FCA의 수장이 돼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의 카를로스 곤 CEO도 마르치오네와 마찬가지로 거침없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두 CEO와 모두 일을 해봤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이 두 CEO의 경영 스타일은 이들의 조직에 뿌리 깊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FT는 자동차 업체들이 후계자를 고를 때 외부 인사와 여성, 외국인 등을 가리지 말고 폭 넓게 인재를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례적인 변화의 시기에 잘 적응하려면 새로운 피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FCA는 마르치오네 CEO의 후임을 내부에서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외부 영입이 더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리처시업체 인지토의 크리스 돈킨 애널리스트는 “차세대 자동차 업계의 리더는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인물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지난 100년 동안의 역사를 봤을 때 확실한 점은 기술적으로 유능한 엔지니어나 상업적으로 숙련된 재무담당자가 CEO로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자동차 업체 CEO 중 한 명인 앨런 멀러리 포드 전 CEO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멀러리 전 CEO는 포드의 CEO에 오르기 전 보잉의 상업 항공기 사업 책임자로 근무했다. 자동차 산업과 인연이 없었던 그는 2006년 포드가 30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만큼 최악의 재정 상태일 때 수장에 올라 기업가치를 크게 높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훌륭히 넘겼다. 포드 주니어 회장은 멀러리 전 CEO를 향해 “CEO 명예의 전당에 올라도 될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작년에 새로 신임된 짐 해켓 포드 CEO도 자동차 산업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사무용 가구회사 스틸케이스에서 30년간 일했다. 포드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이사회 구성원이 되면서부터였다.
외부영입 문제만큼 화두는 CEO의 성별이다. 현재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CEO가 메이저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한 여성이다. 바라 CEO와 시트로엥의 린다 잭슨 CEO 정도를 제외하고는 업계에서 여성 CEO는 거의 찾기 힘들다.
자동차 산업은 가장 글로벌한 산업에 속함에도 CEO를 선정할 때는 민족주의적인 성격을 띤다. 현재 독일 3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 다임러, BMW 모두 수장이 독일인이다. FCA는 이탈리아 CEO를, 볼보는 스웨덴 CEO를 두고 있다. 일본의 3대 자동차 업체인 혼다, 도요타, 닛산 모두 CEO는 일본인이다. 미국의 포드, GM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거의 유일한 예외가 카를로스 곤이다. 그는 프랑스와 브라질, 레바논 등 무려 3개의 국적을 갖고 있으며 유럽과 중남미, 일본 등 전 세계에서 활약했다. 곤 CEO는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보다 성과라는 점을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