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GM)이 당장 4월 급여지급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몰렸다. 이달 말까지 필요한 급여성 자금과 협력사 부품대금만 약 1조 원에 달해 자칫 부평공장 생산차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9일 한국지엠과 이 회사 노조 등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한국지엠은 차입금을 제외하도 약 1조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이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부품 조달이 끊겨 생산시설이 멈추게 된다. 결국 수출물량을 중국 등 인근 제너럴모터스(GM) 생산시설에 뺏길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국지엠은 매달 평균 약 3000억 원의 부품대금을 협력사에 지급해 왔다. 회사는 매달 협력사에서 부품을 공급받고 이들에게 매출 채권을 발행한다. 협력사는 이 채권을 다음달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한국지엠이 지난달 납품대금 대신 협력사에게 준 ‘매출 채권’을 이달 말 현금으로 결제해야할 상황인 셈이다.
올들어 완성차 판매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협력사 매출 채권은 큰 차이가 없다. 일정 수준 부품제고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만일 협력사에 대한 부품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면 향후 몇 개월 안에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게된다. 그나마 정상 가동 중이었던 부평공장마저 생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인건비도 문제다. 애초 6일 지급 예정이었던 2017년 지급분(50%) 성과급 지급이 보류됐다. 1만6000여 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절반 수준인 4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었다. 여기에만 약 720억 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튿날인 10일과 25일에는 각각 생산직과 사무직 근로자의 4월 급여도 줘야한다. 여기에만 1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에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500명에 위로금도 지급해야 한다. 2~3년 치 연봉, 평균 2억 원으로만 계산해도 약 5000억 원의 현금이 필요하다.결국 4월 한 달 필수 비용이 △부품대금 △성과급 △급여 △희망퇴직 위로금 등 총 1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GM 본사와 계열사 등으로부터 빌려온 차입금까지 더하면 약 2조7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실사기간 차입금 상환 연기’가 결정됐지만 철수론이 거론되는 GM이 막판 전략 수정에 나설지 모른다는 관측도 이어진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최근 구매팀 등 본사 부서들을 돌며 일반직 사원들과 회사 현황을 주제로 대화하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는 “현재 상태가 이어지면 곧 협력사들에 줘야 할 부품대금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며 “부품을 받지 못하면 결국 (부평공장)생산을 멈춰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