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그런데 ‘한반도 위기 극복’에 관한 문제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는 보수뿐 아니라 중도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위기 극복 여부는 다른 사안보다 선거에 더욱 많은 영향을 끼치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반도 문제는 선거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까?
그 해답은 이번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남북 간 긴장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부터 풀어 나가야 한다. 즉, 지금의 위기는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나 긴장에 의해 발생된 것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 더 나아가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대립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북 간에 예술단이 오가고, 인도적 차원의 교류가 활성화한다 하더라도 위기의 근본이 남북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교류가 위기 극복의 증거 혹은 단초가 될 수는 없다.
위기 극복의 단초는 바로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성사되느냐, 그리고 미국과 북한 간의 회담이 성사된다면, 과연 성과가 도출될 수 있나 하는 데 있다. 일단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성사되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결실이 회담에서 도출된다면, 처음 회담을 중재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은 빛날 것이고, 이른바 한반도 운전자론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한반도 평화에 상당히 기여한 셈이 되기 때문에 선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회담이 중간에 어그러지거나, 회담을 한다 하더라도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여당의 입장에선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현재로선 어느 시나리오대로 풀릴지 알 수 없다. 더구나 두 가지 시나리오 모두, 우리 정부가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미국과 북한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정상회담이라는 것은 정상끼리 만나 그 자리에서 담판하는 회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폼페이오 CIA 국장 겸 국무장관 내정자를 내세워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는데, 이런 실무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결론을 미리 조율하게 된다.
만일 이런 조율이 잘 안 될 경우 정상회담 자체가 아예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당연히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맞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미국과 북한의 실무 접촉은 지금까진 순조로운 것 같다. 미국과 북한이 각각 우리에게 접촉 상황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으로 미뤄 봐도, 최소한 지금까지는 미·북 접촉이 순조로운 것 같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비핵화를 두고 북한은 ‘단계적 동시 행동 원칙’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선(先)비핵화 후(後)보상 방식’인 리비아식 해법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4월과 5월은 무척 지난(至難)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지난함이 궁극적인 희망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면 견딜 수 있다. 이번 봄이 진짜 봄일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