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에서 한 여성이 생활고와 빚 독촉에 시달려 네 살배기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의 자동차를 여동생이 팔고 출국한 사실이 밝혀져 의문을 더하고 있다.
11일 괴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충북 증평군의 한 아파트에서 딸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A 씨의 SUV는 1월 2일 동생 B 씨에 의해 중고차 매매상에게 팔렸다.
B 씨는 이날 서울의 한 구청에서 언니의 인감증명서를 대리 발급받아 언니의 도장과 차량등록증 등 매매서류를 갖춰 매매상에게 자동차를 팔았다. A 씨는 이전 사망한 남편의 빚을 떠안아 해당 차량이 캐피털 회사에 1200만 원 저당잡혀있는 상황이었다.
매매상은 매매 대금을 A 씨의 통장으로 입금한 뒤 B 씨에게 할부 잔금을 납부해달라고 했으나 B 씨는 핑계를 대며 차량에 설정된 압류를 풀지 않고는 얼마 후 매매상과 연락을 끊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매매상은 1월 12일 차량등록증에 적힌 A 씨의 증평 아파트를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어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매매상은 A 씨와 여동생 B 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그는 "B 씨가 압류를 풀지 않고 연락도 안 돼 카카오톡을 살펴봤더니 엉뚱하게도 언니 가족 사진이 나오더라. B 씨가 차를 처분하면서 숨진 A 씨의 전화를 사용한 걸 알게됐다"며 "A 씨 집을 찾았을 당시 우편함과 아파트 현관에는 고지서들이 꽂혀 있었으며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B 씨는 차를 판 다음날인 1월 3일 해외로 출국했다.
모 저축은행 역시 1월 31일 A 씨를 사기 혐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이에 A 씨 집을 찾았으나 행방을 찾지 못했고 이 때에도 A 씨 아파트 현관문에는 각종 고지서가 꽂혀 있었다.
경찰은 B 씨가 자진 출석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고 출국 금지 조처도 취할 방침이다.
또 경찰은 A 씨와 B 씨가 공모해 차량을 매각했을 가능성, 언니가 숨지기 전 B 씨가 차를 몰래 팔았을 가능성, 언니가 사망한 후 B 씨가 차를 팔았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숨진 A 씨는 6일 증평 아파트에서 네 살배기 딸과 숨진 채 발견됐다. 관리비가 연체되자 이를 수상히 여긴 관리사무소 직원의 신고로 모녀의 사망 사실이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부검 결과 A 씨 사인을 경부 자창과 독극물 중독이라며 자살 결론을 내린 바 있다. A 씨 시신에서는 자해할 때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이 발견됐으며 딸의 시신은 부패 정도가 심해 국과수는 추가 검사를 통해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모녀의 정확한 사망 시기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