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기침체 오면 5년간 누적손실 GDP의 3분의 1 달할 것”
미국 의회가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감세법안을, 올해 2월에는 대규모 재정적 부양책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통과시켰을 때 시장은 환호했다. 경제성장이 더욱 가속화하고 증시는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브루킹스연구소의 헨리 애런 선임 연구원은 12일(현지시간) 경제전문매체 리얼클리어마켓에 기고한 글에서 감세와 재정확대라는 두 가지 행동으로 미국은 다음 경기침체에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무기가 모두 사라지게 됐다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경제 확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현재 미국 경제는 9년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역대 두 번째로 긴 경기팽창이어서 조만간 또 다른 경기침체가 올 것임은 분명하다고 애런 연구원은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 두 가지 도구 중 하나를 쓰거나 모두 사용한다. 애런 연구원에 따르면 지금은 그 어느 쪽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이는 다음 경기침체가 더욱 오래 가고 깊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제로(0)%까지 낮추고 상당 기간 이를 유지했다. 현재 연준은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현재의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다음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다시 금리를 낮추기 위한 역량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다만 현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연준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애런은 지적했다.
재정정책과 관련된 상황은 더욱 안 좋다. 경제가 이미 완전고용 상태에 다가간 가운데 의회가 지출을 확대하는 조치를 펼쳐 경제 과열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도 크게 약화했다.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했을 당시의 두 배로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가까워지면 이런 비율이 떨어지기 마련이나 오히려 지금은 상승했다. 재정수지 적자는 오는 2020년에 1조 달러(약 1071조 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애런 연구원은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세수가 줄고 실업자 증가로 인한 지출이 늘어 재정적자가 순식간에 2조 달러에 도달하거나 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경제학 교수인 데이비드와 크리스티나 로머 부부는 최근 연구에서 정부가 통화와 재정정책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3년 이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재 통화와 재정정책을 이미 다 써 공격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는 국가는 경기침체 3년 반 이후 GDP가 이전보다 약 10% 줄어들게 된다. 특히 미국은 5년간 누적 손실이 약 6조~7조 달러로, 연간 GDP의 3분의 1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애런은 감세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회는 감세로 부자들에게 단기간의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그러나 경기침체가 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미국인 모두가 심각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거듭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