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대국이지만 ‘强國’은 아냐”…시장 원리와 정부 유도 양립 등 원칙 필요
일본 경제지 닛케이비즈니스는 20일(현지시간) ‘중국 제조 2025’를 상세히 분석한 황췬후이 중국 사회과학원 공업연구소 소장의 논문을 소개했다. 사회과학원은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다.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지난 2015년 제조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야심 찬 프로젝트인 ‘중국 제조 2025’에 착수했다.
황췬후이 소장은 먼저 중국 제조업의 현실을 되짚어봤다. 제조업은 중국 경제의 기반으로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초석임은 부정할 수 없다고 황 소장은 강조했다. 제조업은 2016년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국 제조업의 발전은 눈부시다. 1990년 중국이 전 세계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세계 9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0년의 6.0%로 4위, 2007년은 13.2%로 2위를 기록하는 등 계속 발전한 끝에 2010년에는 19.8%로 1위에 등극했다.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약 150년의 시간이 흐른 끝에 중국이 다시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라는 지위를 되찾은 것이다. 500여 종의 주요 제조업 제품 중 중국은 220개 이상에서 생산량이 세계 1위다.
그러나 황 소장은 “부가가치와 생산성, 혁신능력과 핵심기술 보유, 핵심 부품 제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치 등을 살펴보면 중국은 제조업 ‘대국’이지만 ‘강국’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3단계의 전략 목표를 내걸었고 ‘중국 제조 2025’는 그 중 첫 단계다.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과 항공·우주, 로봇 등 10대 중점 산업을 키우고 스마트 제조와 환경보호에 기반을 둔 그린 제조 등 프로젝트를 실시해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두 번째 단계는 오는 2035년에 제조업 수준을 선진국들의 중간까지 끌어올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는 현대 중국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명실상부한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미 공급 측면 개혁 진전에 따라 생산비용 절감 등 고부가가치 체제로의 제조업 구조 변화 등 성과가 보이고 있다고 황 소장은 평가했다.
혁신에서도 상당한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최초 대형 제트 여객기 C919 시험 비행에 성공했으며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도 건설했다. 또 일본과 미국에 이어 1만 m 급 심해 잠수정 건조 능력을 갖춘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여전히 ‘중국 제조 2025’를 완성하려면 다음과 같은 핵심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황 소장은 강조했다.
첫 번째 원칙은 시장 원리와 정부 유도의 양립이다. 정부는 계획과 정책 방향 제시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혁신 창출에 유리한 조건인 공정한 시장 메커니즘 구축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마음껏 혁신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 원칙은 10대 중점 산업의 발전과 함께 기존 전통 제조업 개선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 제조업도 인터넷 기술 등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황 소장은 역설했다.
세 번째 원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과 공영이다. 스마트 생산이 성공하려면 수준 높은 중소기업 육성이 필수적이다.
네 번째 원칙은 기업가 정신과 제조업에 대한 자부심을 고양시키는 것이다. 기업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끊임없는 혁신에 나서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또 근로자들은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자 항상 연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밖에 좋은 국제 관계 유지도 필수적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는 ‘중국 제조 2025’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