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나 초단이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한국기원 소속 여자 프로기사 51명이 바둑계 ‘미투’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다.
여성 프로기사 51명은 21명 성명을 통해 한국기원에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일이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헝가리 국적 여성 프로기사 디아나 초단은 지난 17일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에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디아나 초단은 이 글에서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이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을 차려보니 옷은 모두 벗겨져 있었고 그 놈이 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가 나를 강간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눈을 뜬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성룡 9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디아나 초단은 "일주일 뒤 김성룡이 술에 취해서 내가 사는 오피스텔 앞으로 찾아와 만나자고 했다. 몇 호인지도 물어봤다. 다행히 그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문을 잠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면서 아침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며 힘들었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서 여러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방송, 감독, 기원 홍보이사 등등. 나는 9년 동안 그 사람을 피해 다녔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요즘도 웃으며 인사한다"며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무섭고 떨리는 마음으로 옛 자료를 찾아 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김성룡 9단의 변호를 맡은 김신환 변호사는 19일 "정확한 파악이 먼저"라며 "미투 폭로 글 원문을 봐야 하고 김성룡 9단의 기억도 상기해야 한다. 9년 전의 일이다. 차분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성룡 9단은 스스로를 '바둑 보급기사'라고 칭하는 등 재치 있는 바둑 해설로 입지를 굳혔다. 1991년 16세의 나이에 프로에 입단한 김성룡 9단은 이창호 9단의 벽에 가려 프로기사로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입단 13년 만에 2004년 제1기 전자랜드배 우승을 한 뒤, 그는 KBS의 '바둑왕전' 해설가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성룡 9단은 '바둑TV'와 '바둑ch' 등에서 활약하며 현재 한국기원 홍보대사, KB 바둑리그 포스코컴텍 감독, 세종시바둑협회 전문이사, 바둑TV 해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성룡 9단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코세기 디아나는 1997년 1회 대한생명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헝가리 대표선수로 참가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아마추어 2단 실력이던 아버지에게서 바둑을 배워 2년도 안 돼 백돌을 빼앗은 그는 9살 때 바둑에 입문했다. 2007년 겨울, 한국기원에 특별 입단해 입단 3개월 만의 첫 대국이었던 LG배 예선에서 김덕규 8단을 꺾었다.
이에 대해 한국기원은 20일 오후 5시 50분 윤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최근 언론에서 논란이 된 본원 소속 기사의 품위손상 의혹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