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 최근 법원 ‘통신요금 원가 공개’ 판결에 ‘통신서비스 필수재’ 정당화 근거 마련
이동통신 3사가 강하게 반발하는 ‘보편요금제’ 심사가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통사에 대한 요금 인하 압박이 이번 주에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통신요금 원가 자료 공개 판결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도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7일 열리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가 진행된다. 과기정통부는 개정안이 규개위 심사를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설계된 음성통화량과 데이터량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한 것이다. 월 2만 원대로 음성통화 200분과 데이터 1.3GB를 제공하는 수준이 유력한데, 이렇게 되면 이통사들은 현재 운영 중인 월 3만 원대 요금제를 2만 원대로 낮춰야 한다. 여기에 요금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해 다른 모든 요금제의 연쇄 가격 인하도 불가피하다. SK텔레콤에만 적용된다지만 사실상 KT와 LG유플러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최대 연간 2조 원가량의 영업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과 사회취약계층 요금 감면에 이어 보편요금제까지 시행되면 통신비 절감 효과는 1조 원에서 2조~2조4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만 하더라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보편요금제는 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통신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며 보편요금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안이 규개위를 통과하더라도 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인정한 대법원의 ‘통신요금 원가 공개’ 판결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되는 분위기다. 대법원이 시민단체 입장에 손을 들어 준 논리인 ‘데이터 통신 서비스=국민 생활의 필수재·보편재’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편요금제의 최초 발의자인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최근 과기정통부와 만나 보편요금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국회에서도 추진 동력을 얻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더라도 저소득층이나 일부 서민들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것일 뿐인데 이통사들의 엄살이 심하다”며 “규개위 위원 중 일부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돼 반대 의견은 나올 수 있지만 이통 3사가 영업이익만 4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거부만 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동통신 업계는 여전히 규개위 심사 과정에서 어떠한 결론이 날지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요금을 직접 정하는 구조는 시장을 역행하는 행위”라며 “지난번 대법원 판결도 원가를 모두 공개하라는 취지는 아닌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