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은 유래도 불분명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없앴다가 만들기도 했습니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교권은 포상과 행사로 살아나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제2조를 개정해 스승의 날을 폐지해 주십시오."
5월 15일 '스승의 날'을 20일여 앞두고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재됐다. 이 같은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왜 현직 교사는 '스승의 날 폐지'를 주장한 것일까.
이리 동남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정성식 씨는 26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동의를 하더라. 학교로 최근에 '스승의 날' 정부 포상 계획이 공문으로 전달됐는데 그런 공문서를 받을 때마다 학교에서는 누구를 대상자로 해야 할지, 불편해 한다"라고 언급했다.
정성식 씨는 "교사로 19년을 재직하면서 제자들과의 인연도 이어오고 있는데 '스승의 날' 만나자고 하면 제가 피하는 형편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장이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만 줘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고, 그 댓글에 달리는 반응들을 보면 교사로 살아가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사기가 떨어지곤 한다"라며 "'스승의 날'의 목적이 교권을 신장하고 스승 존중의 풍토를 만들자라는 건데, 막상 눈치보면서 서로 학교별로 이렇게 추천해서 상 받는 걸로 그러면 교권이 과연 살아날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승의 날' 당일이 되면 오히려 더 먼저 '제발 학교로 아무것도 보내주지 마십시오'라고 편지를 써야 한다. 주변의 선생님들도 차라리 '스승의 날' 조퇴 내고 빨리 끝내고 학교를 좀 떠나고 싶은 날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전했다.
정성식 씨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후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였던 사실을 밝혔다. 그는 "카네이션도 각 반의 대표만 줄 수 있다. 막상 현장의 교사들은 그런걸 받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이 법으로 인해) 논란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음료수 같은 걸 하나 가져와도 그냥 손에 쥐어서 보낸 경우가 있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울기도 한 적이 있었다"라며 현실을 토로했다.
이어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법이나 이런 말들을 어떻게 알겟나. 이런 것을 받으면 안되는 이유를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상담을 해야 한다"며 "물론 저도 김영란법은 대찬성인데 국가가 과도하게 이런 것을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을 현장에서 받고 싶어하는 교사는 1도 없는데 심정이 참 불편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석식 씨는 "교권 침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아주 미비하다. 힐링, 상담, 연수 이게 고작인데, 학생들도 교사의 교육적 지시와 통제에 불응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라며 "막상 방편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끝으로 "학부모들도 학생들도 '스승의 날'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 한다.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많은 국민이 '스승의 날'에 대해 부담을 안고 있다고 하면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