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모스크바 사무소를 철수한 지 6년 만에 다시 러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이번엔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로 시선을 돌렸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 정책’과 러시아의 극동개발 정책인 ‘신동방 정책’에 발맞춘 구상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9월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 개소를 목표로 이달 말 러시아 중앙은행에 인가서류를 제출한다. 2012년 모스크바 사무소를 철수한 이래 6년 만이다. 기업은행은 철수 직후 러시아 국책은행인 VEB은행과 수출입 등 외환사업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어왔다.
한국 기업의 러시아 진출 수요가 많아지면서 기업은행은 2008년 모스크바 사무소를 오픈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12년 모스크바 사무소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재진출 시기를 놓고 내부적으로 사업성 검토 작업을 지속했다.
기업은행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기점으로 러시아 재진출을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의 ‘신북방 정책’’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신북방 정책의 주요 전략인 9-브릿지(BRIDGE) 정책은 에너지·물류를 중심으로 러시아 극동과 한반도 북방 개발을 연계하는 9개 경제협력 분야가 담겨 있다.
러시아 정부도 2014년부터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신동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유무역항지대와 극동 선도사회경제개발구역을 조성 중이다.
기업은행 글로벌사업부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신북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경제협력을 추진 중인 만큼 국책은행으로서 현지 중소기업들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사무소 형태로 나가는 것”이라며 “진출 기업이 많아지고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점 전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의 러시아 진출도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2008년 모스크바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2011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지점을 냈다. 2003년 개설한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는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과거 외환은행이 2014년 설립한 모스크바 현지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25년 해외이익 비중을 2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2개 은행의 인수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연내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0일 지점 예비인가를 받은 캄보디아에서도 10월 지점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월 러시아 사무소 개소까지 완료되면 기업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현행 11개국, 8개 지점, 3개사무소, 16개 법인에서 12개국, 9개 지점, 3개 사무소, 16개 법인 체제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