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기자단 첫 오찬서 재벌비판 저서 선물…대한항공 갑질 사태 겨냥한 듯
우리나라 대표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하도급 불공정거래 관행 등 재벌의 갑질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영점 조준을 맞췄다. 최정표 신임 KDI 원장이 3월말 취임 이후 업무 파악을 마치고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을 방문하고 인근 식당에서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기자단과의 첫 공식 자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라는 자신의 저서를 기자들에게 일일이 건넸다. 세계 각국의 부호들이 축적한 재산을 통해 유명 미술관들을 어떻게 구축했는지 저술한 책이다.
그는 부인과 세계 유명 미술관들을 관람하고 2013년 말 정리한 이 책에서 자신이 축적한 부를 미술관 등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해 ‘자선 사업가’로 통하는 해외 재벌과, 자식에게 고스란히 부를 넘기는 우리나라 재벌을 극명히 대조하고 있다.
최 원장은 책에서 “기회만 있으면 더 벌려고만 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줄 궁리만 하는 재벌들은 먼 훗날 과연 어떤 명예를 가질 수 있을까? 자기의 노력은 없이 선대가 만든 재벌을 그대로 물려받아 온갖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2, 3세 재벌들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최 원장의 책 선물은 최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와 미술품 소장, 자택 내 비밀공간 등을 자연스레 연상시키며, 향후 KDI의 스탠스를 가늠케 하는 강한 시그널로 읽힌다. 1953년 경남 하동 출신인 그는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진보성향의 경제학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공정위원장 자리를 놓고 현 김상조 위원장과 유력하게 거론됐다. 김 위원장이 당초 금융감독원장 자리를 원했던 것처럼, 최 원장도 원래는 공정위원장이 되고 싶어 했다는 게 관가 안팎의 전언이다.
최 원장 취임 직후 KDI에서는 우리 경제의 재벌 집중이 생산성을 낮춘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언론과의 첫 공식 자리에서 재벌 정조준을 우회적으로 천명한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 재벌의 고착화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며 현 정부에 힘을 싣는 보고서가 잇따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