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학생이 주는 꽃 한 송이 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 으름장으로 들리는 스승의 날이다. 김영란법의 위력 앞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정이 깔끔하게(?)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선생님을 마치 촌지나 선물에 환장한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세상을 향해 선생님들이 분노하며 차라리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을 내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스승이 엄한 연후에야 도가 존중되고 도가 존중된 연후에야 백성들이 배움을 받들게 된다[師嚴然後에 道尊하고 道尊然後에 民知敬學이라]”라는 말이 있다. ‘예기’ 학기(學記)편에 나오는 말이다. 엄한 스승이란 높은 권위를 바탕으로 만인으로부터 존경받는 스승이다. 당연히 스승 자신이 먼저 엄한 스승이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하겠지만 주변, 특히 학부모들이 만들어 드려야 하는 면도 있다. 학부모가 나서서 선생님을 간섭하려 들면 선생님은 엄해질 수가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일부 학부모들의 극성으로 인해 선생님과 학교가 제 역할과 구실을 못하게 된 지 오래고,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노동자를 자처하면서부터 교육의 ‘성스러운’ 면은 사라지게 되었다. 교직을 학생을 위해 봉사하는 ‘서비스직’쯤으로 여기는 일부 서구 국가의 정서에는 맞을지 몰라도 우리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교육 현실이다.
이제라도 교육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가 선진국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우리의 옛 교육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보다 훨씬 긴, 600년 역사를 가진 조선 성균관의 자부심을 살려 우리의 교육은 우리의 철학과 정서로 풀어나가야 한다.
교육은 제도를 고치고 교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시설을 확충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문제이며 철학의 문제이다. 긴 안목으로 사람답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바르게 정립하는 것이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스승의 날, 참다운 엄한 스승이 참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