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사안으로 추진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계획이 취소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이들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달 29일로 예정했던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주식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담고 있는 이번 분할합병이 취소되면서 관련 계열사의 단기적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장 중 각각 1.05%, 0.67% 상승 마감했지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약세로 돌아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예정돼 있던 이벤트가 나와야 할 타이밍에 나오지 않았으니 시장에서는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라며 “앞으로 언제 주주총회를 하겠다는 언급이 없다 보니 다음 행보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가가 들쑥날쑥한 흐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결정은 현대모비스보다는 현대글로비스 쪽에 좀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분할합병 방안이 가결될 경우 현대글로비스가 더 큰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는 분할합병안 부결 시와 가결 시의 목표주가 차이가 59.9%로 매우 크다”라며 ”상대적으로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시장 투자자들이 이번 안건의 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온 만큼 충격 자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사가 분할합병 계획을 밝힌 지난 3월 28일 이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는 각각 8%, 13%씩 하락하며 분할합병안이 발표 전후 주가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다 진전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향후 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발표된다면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주가도 다시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조언이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도 이날 입장문에서 “현재 체결되어 있는 분할합병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다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모비스의 AS 사업부문을 떼 글로비스에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헤지펀드인 엘리엇을 비롯해 해외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모두 반대의견을 권고하면서 주주 설득이 쉽지 않게 되자 주총을 결국 취소했다. 국민연금의 찬성표가 절실해진 상황에서만 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의견을 낸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