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한 아파트 주민들이 세간의 지탄을 받았다. 청년임대주택을 ‘빈민아파트’로 부르며 건립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말하는 이의 의도와 별개로 어떤 주장이든 진실을 다소 드러내기 마련이다. 요새 청년은 빈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 계층 중에 생활이 가장 어려운 편에 속한다. 아파트 주민들의 사려 깊지 못한 낙인에서 요즘 청년이 놓인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셈이다.
줄어드는 소득과 늘어나는 빚 사이에 청년이 끼어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 제약의 5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 경상소득은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2016년 전년과 유사한 3279만 원을 기록했다. 반면 청년층 가구당 평균 부채 규모는 2012년 1283만 원에서 2016년 2385만 원으로 약 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평균은 약 29% 오르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청년들의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몰려드는 주요 도시의 청년층 주거빈곤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약 52만 가구에 달하는 서울의 1인 청년 가구는 주거 빈곤율이 40.4%다. 전국 평균(29%)보다 높은 수준으로 열 명 중 네 명은 화장실이나 주방 등이 없거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이 30%를 넘는 곳에 살고 있는 셈이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사회의 건강함을 알 수 있는 척도로 청년의 생각을 꼽았다. 청년이 내일을 기대하지 않으면, 그가 속한 사회는 재앙에 직면한 것으로 봤다. 형편없는 주거 환경과 비싼 주거비는 청년의 절망을 키웠다. 저렴한 임대료로 청년임대주택을 꾸준히 공급해 그들의 집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청년임대주택을 집값을 내리는 혐오시설로 볼 게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