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북한 회의론자들이 옳았다”…WSJ “서로 상대방의 말 완전히 이해 못 해”
뉴욕타임스(NYT)는 북미 회담 취소가 중국에 이로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한 회의론자들이 결국 옳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역 과정에서의 손실(Lost in Translation)’이라는 단어로 회담이 취소된 원인을 풀이했다.
NYT는 북미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아시아의 일부 동맹국들은 실망할 것이지만 다른 나라들에는 오히려 고무적인 결과이며 중국이 무엇보다 강력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대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압박과 최강의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압박을 적용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은 회담 취소로 대북 제재와 관련해 발언권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대미 무역 협상에서도 이를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NYT는 분석했다.
또 NYT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개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 진행과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어 북한의 무기 위협에 일본이 취약해지는 것을 우려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FT는 회의론자들은 항상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의심했다며 북미 회담 취소는 이들의 예상을 더욱 분명하게 하는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많은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약속을 너무 쉽게 믿는 것은 아닌지 우려했다고 FT는 덧붙였다. 핵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FT에 “김정은은 확실히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 좋은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중국을 통해 자신들에 가해지는 최대 압력을 굳건히 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을 피해가는 등 미국보다 한 수 높은 모습을 보여왔다”며 “그 결과 북미 회담 전망은 어두워졌다”고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수석 고문은 “트럼프가 회담을 취소한 것은 잘한 일”이라며 “북미는 매우 다른 방법으로 회담을 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이 원했던 것은 싱가포르에서 협상하는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는 협상을 하고 나서 싱가포르에 와서 서명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WSJ는 북미 양측이 서로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회담이 벽에 부딪혔다고 풀이했다. WSJ에 따르면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지만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 미국은 즉각적이지는 않더라도 북한이 신속하게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뒤이어 제재 완화와 궁극적으로는 경제 원조를 받는 것을 원했다. 반면 북한 입장에서 비핵화는 핵과 미사일 개발 능력에 대한 상당한 진전을 천천히 뒤로 후퇴시키는 점진적인 과정을 뜻했다. 북한은 그런 과정 속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약속을 줄이는 한편 일부 즉각적인 경제 지원 제공을 시작하기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