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수요·OPEC 감산·지정학적 리스크 맞물려 =2018년 1월 2일 60달러대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현재 75~79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2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2일 두바이유를 비롯한 국제 유가 3종(두바이유·브렌트유·WTI)은 각각 배럴당 64.37달러, 66.57달러, 60.37달러를 기록했다. 5월 24일 기준 각 원유의 가격은 두바이유 75.10달러, 브렌트유 79.28달러, WTI 71.49달러를 기록했다.
올 1월은 미국 석유 재고 감소, 리비아 송유관 폭발 사고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해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월 3주 차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107만1000배럴 감소한 4억1200만 배럴로, 당시 미국 원유 재고는 10주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여기에 리비아 원유 송유관이 폭발하면서 공급 차질 발생 등 여러 상승 요인이 동시에 맞물려 유가가 강세를 보였다.
2월에 미국 증시 하락 및 달러 강세,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확대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3월에 다시 확대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베네수엘라 생산량 감소 등으로 중순 이후 반등했다. 당시 미국은 이란에 핵협상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경질되면서 이란 경제 제재를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또한, 70달러 이상의 국제유가를 원하던 사우디아라비아와 60달러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 이란이 국제유가와 관련한 의견 차이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더욱 확산됐다.
한편 세계 석유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다. 올 1분기 석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55만 배럴 증가했으며 OPEC 감산 이행도 꾸준히 진행돼 유가 상승이 힘을 얻었다. OPEC과 비OPEC 22개국은 2017년 1월부터 180만 배럴의 감산을 추진 중이며 2018년 2월까지 감산 목표량 대비 이행률 152%, 3월은 163%에 달했다.
◇올해 고공행진 했던 국제유가… 지속 가능성은? =업계에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의 상장을 위해 유가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24일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로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거란 판단에 OPEC이 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전략가는 “OPEC의 공급이 6월 회의 이후 증가할 수 있다는 논의가 현재 유가에 제동을 걸었고 배럴당 80달러는 넘기 어려운 허들로 보인다”면서 “가격이 이것을 넘으면 OPEC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키울 것이고 OPEC 회의를 앞두고 지속해서 이 수준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시장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국 석유 생산량 증가, 2018말 OPEC 감산 종료 예정 등 세계 석유 시장 공급 과잉 우려로 큰 폭의 유가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석유화학업계 ‘정제마진’ 나쁘지 않지만… 소비자 심리 위축 우려 =국제 유가가 꾸준히 상승한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다만 정제마진은 나쁘지 않은 추세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유업계의 실적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은 국제 유가보다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올 1월 배럴당 6.2달러를 기록했으나 4월 들어 6.7달러로 상승했으며 5월 들어 7.0달러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기를 누렸던 데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처럼 비쳐지나 실제로 정제마진은 좋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은 휘발유 값 상승으로도 이어져 소비자 심리 요인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석유공사가 공개한 5월 4째주 휘발유 값은 ℓ당 1590.13원, 경유는 1390.87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다.
원유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업계에선 원유를 대체하는 품목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LPG는 대표적인 원유 대체재다. 석화 업계는 원유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나프타와 비슷한 성질을 가진 LPG를 나프타분해공정(NCC)에 투입해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리는 등의 방식으로 유가 상승 위험을 피해왔다. 최근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LPG유통사인 E1과 LPG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LPG 업계나 신재생 에너지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