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등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일우재단 전 이사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 전무에 이어 이 이사장의 영장 마저 기각되면서 한진 일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오전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고 이날 오후 11시 넘어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피해자들과 합의한 시점 및 경위, 내용 등에 비춰 피의자가 합의를 통해 범죄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밖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 중이던 이 전 이사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오후 11시 40분께 풀려났다.
이 전 이사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죄송하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느냐'는 질문에도 "죄송하다"고만 답했다.
이번 이 이사장의 영장 기각으로 한진 일가에 대한 경찰 수사에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원이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이나 도망 염려뿐 아니라 영장에 적시된 일부 사실관계나 법리에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경찰과 검찰, 세관, 출입국당국 등에서 전방위로 진행 중인 한진그룹 수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