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진 용인문정중학교 국어교사
하지만 요즘에는 시기와 상관없이 사춘기가 자주 오는 것 같다. 우리 집에 초등학교 3학년 열 살 사춘기가 있고, 학교에는 열여섯 살 사춘기가 있고, 나에게는 40대 사춘기가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 봤을 때 중학생 열여섯 살이 사춘기가 맞다. 그런데 초등학생에게도, 20대에도, 30대에도, 40대에도, 50대에도 사춘기는 있다.
열 살 사춘기는 방향성이 없다. 일관적이지도 않고 상당히 즉흥적이며 감정적이다. 마치 럭비공 같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부모의 모습을 따라 한다는 것이다. 열 살 아이가 다섯 살 동생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은 부모의 모습과 판박이다. 아이들을 보면서 자주 반성한다.
사전적인 의미에 딱 맞는 중학교 사춘기는 시간이 약이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쉽게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일정한 패턴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열여섯 살 남자 사춘기는 비교적 단순하고 본능적이기에 다스리기 편하다. 먹을 것, 친구, 게임, 축구 등 원하는 한 가지만 충족되면 쉽게 정리된다.
열여섯 살 여자 사춘기는 다양한 양상이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친구에게 몰입하거나, 외모에 신경 쓰거나, 세상과 학교를 싫어한다. 열여섯 살 여자 사춘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약이지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른들도 사춘기를 겪는다. 몸이 아프고,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고, 매일 하던 것이 귀찮아지고, 삶의 의미가 무색해진다.
어떤 사춘기가 가장 무서울까? 어떻게 해결할까? 모두 무섭고 시간이 약이라는 추상적인 생각을 뒤로하고 가장 나이 많은 40대 사춘기가 힘을 내서 초등학교, 중학교 사춘기를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