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데

입력 2018-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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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정양훈(36·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법은 개별 사업자에 대한 규제와는 별도로 사업자단체의 일정한 행위 즉 △부당한 공동행위 △사업자 수 제한행위 △구성 사업자의 사업 활동 제한행위 △불공정거래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에 대한 교사·방조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제26조 제1항).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별도로 규정하는 것은 일본의 입법례를 계수한 것인데, 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미국과 달리 사업자단체가 정부의 행정지도를 업계에 전달하고 업계의 요망사항을 정부에 전달하는 의사통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에서 사업자단체의 결정은 곧 정부의 의향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자가 사업자단체의 결정에 순응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되고 있습니다.

한편 법원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가 성립하기 위해서 구성원이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를 현실적으로 하였을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나, 구성원 간에 그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이 형성될 것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4두10319 판결 등).

즉,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구성원들 간에 사업자단체의 뜻을 준수하기로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반대 해석하면 구성원들이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거나 이를 무시한다면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부정될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구성원의 수가 많고, 연령·성별·출신 배경·경제적 이해관계 등에 따라 각자의 입장이 다양한 전문적 자유업자(의사, 변호사 등)로 구성된 사업자단체의 경우 그 구성원들 간에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준수하기로 하는 공동의 인식이 형성되었는지 여부가 종종 문제가 됩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대한의사협회가 투표라는 ‘공동 인식 형성을 위한 기법’을 사용하여 의사(구성원)들의 공동의사를 형성케 하였는지 여부가 문제 된 사안에서 의사들이 휴업을 실행함에서는 투표에서의 휴업찬성률보다 더 낮은 휴업참여율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하면 휴업을 위한 찬반 투표는 구성원들의 다수 의사에 따라 휴업시행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 것에 불과할 뿐 공동의 인식을 형성하는 기법이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사업 활동 방해행위)를 전제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처분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6. 3. 17. 선고 2014누58824 판결).

성경은 '만일 나라가 스스로 분쟁하면 그 나라가 설 수 없고, 만일 집이 스스로 분쟁하면 그 집이 설 수 없다'(마가복음 3장 24~25절)고 합니다. 그러나 앞서 본 판결에 따르면 모든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에 따름으로써 법률상 제재대상인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성립하는 것보다는 사업자단체 내에서 이견을 제시하거나 사업자단체의 의사결정을 무시함으로써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부정되는 것이 때로는 사업자단체에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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