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알바 대신 가족 투입하는데 내년도 인상 얘기 들리니 스트레스" 고충 호소
“국내 자영업자가 560만이라고 하는데 (아르바이트를 대신할) 가족들까지 합치면 더 됩니다. 연이은 추가 임금인상은 우리 같이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에선 안 됩니다.”
서울 강동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 씨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심의 뉴스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 주변에선 벌써부터 시급 8500원 선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1만 원 시대가 코앞으로 온 셈이다.
최근에는 줄지어 인상되는 과자 값도 애를 먹인다. “중량을 조금 늘리고 가격 올릴 바에 차라리 처음부터 안 올렸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역대 최고 인상률을 기록했던 올해 최저임금이 내년 다시 한 번 인상을 앞두고 있다. 19일엔 최저임금위원회가 임금 인상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노동계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류장수 위원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법정 시한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일정을 최대한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미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1분기 주요 편의점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가맹점주 상생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편의점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올해 들어 3교대 중 한 자리는 가족이 해주고 있다. 내가 아는 점주 대부분이 현재 가족으로 알바 자리를 메꾸고 있다. 가맹 계약 기간이 있으니 일단 가족으로 꾸려 가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때 (재계약을) 고민해 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현장에선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언급했던 속도조절론을 바라는 눈치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정부의 발언에 실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청와대 국민 청원에 ‘최저임금’ 키워드로 올라온 글은 4200개가 넘는다. 상당수가 편의점 같은 영세 상인들의 목소리다. 7530원까지는 어떻게든 견뎠지만, 1년 만에 그 이상 오르는 건 무리라는 입장이다.
편의점 가맹본부 측도 고민이 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과 관련해) 본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은 딱히 없다”며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해서 그때마다 상생비용을 올릴 수는 없는 만큼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8월 5일이다. 일정에 따라 7월 중으로는 심의를 마쳐야 하는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견으로 아직 만남조차 갖지 못하는 상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패싱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업종별·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등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