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오너리스크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이번 대란의 원인이 최고경영자의 경영실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집회까지 계획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박삼구 회장의 갑질 폭로를 위한 오픈 채팅방까지 개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이번주 촛불집회를 계획하는 등 이번 '기내식 대란'과 관련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이들은 "(아시아나항공 직원으로서) 잃어버린 자긍심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부조리하며 이기적인, 이익 챙기기에 바빴던 임원진과 경영진들에게 보내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집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이같은 행동에 나선 것은 지난 1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내식 대란'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간 LSG로 부터 기내식을 공급 받아왔으나 지난해 2월 중국 하이난항공과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하고 30년짜리 기내식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LSG와의 결별에 대해 "LSG가 공급한 기내식에 대한 승객들의 불만이 있었던데다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원가 공개도 거부해 공급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공급업체를 바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아시나항공은 지난해 LSG에 계약을 연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금호홀딩스는 금호그룹 재건을 위한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요구에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투자는 가능하지만 금호홀딩스에 대한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LSG와 거래를 끊고 금호홀딩스에 1600억 원을 투자한 하이난그룹과 손을 잡았다. 그런데 지난 3월 새롭게 계약을 맺은 게이트고메 공장에 불이 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 고메 코리아 대신 기내식을 공급해 줄 회사를 찾았지만 3만식 규모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감당하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 업체인 LSG스카이셰프에 계약기간 연장도 요청했으나 공급처 교체 과정에서의 빚은 갈등으로 이마저도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 매출액 7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인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체결했다. 하루 3000명분에 달하는 기내식을 공급해 본 경험밖에 없는 샤프도앤코와 계약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이번 기내식 대란이경영진의 판단 착오에 따른 경영실패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무엇보다 알짜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번 그룹 재건의 희생양으로 삼아왔던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으로 '기대식 대란'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음에도 회사 측은 직원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무릎을 꿇어가며 사태를 수습하는 동안 박삼구 회장은 동문회와 같은 개인 일정에 나서며 직원은 물론 고객까지 기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직원들이 경영진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고 나선 것과 관련해 이번 '기내식 대란'이 대한항공 '갑질 사태'와 비슷한 경로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침묵하지 말자'라는 익명 채팅방을 개설하고 박삼구 회장의 갑질 및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경우 항공업 특성상 필수공익사업장 지정으로 지정되면서 오너의 영향력 역시 강해 질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로 인해 일부 회사의 경영진이 독단적 경영방식으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항공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이같은 배경에 출발했다"면서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번 사태가 대한항공 갑질사태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엿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