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공동명의, 임대사업자 등록... 절세의 길은 있다
뇌관만 제거하면 끌어안고 자도 터지지 않는데 해체 방법을 모를 뿐이다. 어느 것을 자를지 헷갈리는 빨간 선과 파란 선 앞에 노랗게 질렸는데, 초침까지 째깍대니 불안하더라도 일단은 침착하게 폭탄제거반에 연락해야 한다. 물론 그 전에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 두는 것은 필수다.
궁금증 ① 우리 집 세금, 얼마나 오르나
아직 세제 개편안이 반영되기 전이지만 서울 인기 주거지역의 아파트 보유세는 올해부터 크게 늘어난다. 재산세와 종부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서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지난해와 비교해 10.19% 올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16.14%)와 강남구(13.73%), 서초구(12.70%) 등 강남 3구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가팔랐다. 인기 주거지역으로 떠오른 성수동이 속한 성동구도 12.19%나 올랐다.
제일 많이 오른 단지는 잠실동 잠실엘스 아파트로, 26.7% 급등했고 잠실주공5단지도 25.2% 상승했다. 이촌동 한가람과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도 각각 22.9%와 21.7% 뛰었다. 강북 지역 대표주자 중 하나인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4단지도 상승률이 10.3%를 기록했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면 1주택자라도 세금 부담이 크다. 종부세를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50층 재건축이 확정된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쳐 397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270만 원보다 130만 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2000만 원에서 올해 11억5200만 원으로 뛴 탓이다.
올해 처음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선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의 보유세는 지난해보다 39% 증가한 934만 원으로 1000만 원에 육박한다. 방배동 동부센트레빌과 논현동 동현, 대치동 은마,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등도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궁금증 ② 종부세 줄이는 해답은
주택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부세로 나뉜다. 이 가운데 재산세는 줄이기가 까다롭지만, 종부세는 상대적으로 절세가 수월하다. 세무 전문가들은 부부 공동명의 전환을 최적의 방안으로 꼽는다. 재산세와 달리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공동명의로 돌려도 한 사람당 지분이 6억 원을 초과할 때만 과세한다.
공시가격 12억 원(아파트의 실거래가 반영률 60%를 적용하면 시가 약 20억 원) 이하인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 가구가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종부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일례로 공시가격 12억 원(3월 기준 실거래가 19억5000만 원)인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전용 120㎡ 보유자가 명의를 부부 공동으로 바꾼다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주택자가 최근 ‘똘똘한 한 채’만 남긴 1주택자로 돌아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보유 중인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취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또 공동명의로 전환한 날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기간이 다시 산정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세법은 공동명의 전환도 일종의 증여로 보기 때문에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눠 준 지분의 시가가 6억 원 이하일 경우 내지 않아도 된다.
궁금증 ③ ‘버티기’는 시간과의 싸움
“팔 생각이 없다면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검토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8년 장기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 취득부터 매각 때까지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는다.
우선 최초 분양된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취득세가 75~100% 감면된다. 또 임대한 주택이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라면 종부세 합산 대상에서 빠진다.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도 주택의 기준시가가 6억 원 이하면 75% 감면된다. 8년 임대를 준 뒤 나중에 팔면 양도세 절감 효과도 있다. 6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은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는다.
명심할 사항은 의무임대기간을 어기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점이다. 임대의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집을 팔면 세제 혜택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물론,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자녀 증여도 고려해 볼 만하지만 증여세 부담이 상당하다. 자녀 증여는 5000만 원 이하만 증여세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세 10억 원인 아파트를 자녀에게 물려줬다면 2억 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궁금증 ④ 재산세는 답이 없다?
일단 주택 재산세는 종부세와 달리 공동명의를 해도 절세 효과가 없다. 재산세는 인별 과세가 아니라 물건별 과세라서다. 지분별로 세금을 나눠 낼 뿐 세금 액수는 똑같다.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재산세 역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감면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4년 단기임대의 경우 2호 이상 임대할 때 전용면적 40㎡ 이하의 주택에 대해 재산세를 면제받는다. 8년 이상 준공공임대의 경우 내년부터는 전용 40㎡ 이하의 주택을 한 채만 임대하더라도 재산세를 물지 않는다. 주택이 전용 40㎡ 이상일 땐 2호 이상 임대 요건을 공통으로 갖춰야 한다. 전용 40~60㎡의 경우 단기임대는 재산세가 50% 감면되고, 준공공은 75% 감면된다. 전용 60~85㎡는 단기임대의 경우 25%, 준공공은 50%의 재산세가 감면된다.
상가의 경우 유흥업소 등 위락시설은 중과세율로 재산세를 낸다. 건물분과 토지분의 세율이 각 4%까지 올라 일반세율과 비교하면 최고 16배가량 뛴다. 예컨대 건물의 기준시가가 3억 원이고 토지의 공시지가가 6억 원이라면 일반 재산세는 158만5000원이다. 하지만 유흥업소를 들여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면 세금은 2520만 원으로 오른다. 이 경우 재산세는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한다는 전가특약을 임대차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고 세무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재산세를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 오피스텔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세도 주거용이 아닌 업무용 건물과 토지로 과세한다. 건물분은 7월, 토지분은 9월에 마치 서로 다른 세금처럼 고지된다. 하지만 관할구청 세무과에 주거전용 오피스텔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재산세 과세대상 변동신고서를 제출하면 주택과 동일하게 과세된다.
건물과 토지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이 70%이고 주택은 60%인 걸 감안하면 같은 공시가격이더라도 과세표준엔 큰 차이가 있다. 세율 역시 건물은 0.25% 단일세율, 토지는 0.2~0.4% 세율인 반면 주택은 0.1~0.4%로 차이가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1억 원짜리 오피스텔이라면 업무용일 땐 재산세로 27만8000원을 내지만, 주거용으로 바꿔 신고한다면 15만6000원으로 세금이 줄어든다.
궁금증 ⑤ 팔아야겠다면?
이런저런 이유로 집을 매각하는 것이 낫겠다면 내년 5월까지 꾹 참고 기다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을 피한다면 세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산세는 매년 6월 1일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된다. 따라서 6월 1일 이전에 부동산 매도를 완료하면 1년치 재산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사는 사람은 6월 2일 이후 매수해야 1년치 재산세를 피할 수 있다. 이때 결정적인 변수는 잔금 지급일이다. 잔금을 치른 이후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며칠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잔금 지급일과 소유권 이전 등기일 중 빠른 날을 취득일로 본다.
재산세를 놓고 매매 당사자들끼리 협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6월이 임박해 거래하는 경우 누가 재산세를 낼지를 협의해서 계약서에 명시하는 식이다. 이 때는 통상 매수자가 “세금을 내가 낼테니 그만큼 가격을 깎아달라”는 방법이 활용된다. 하지만 잊기 쉬운 함정은 재산세 만큼 깎은 가격이 나중에는 양도세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이다. 계약서상 취득가액이 낮아지기 때문에 매각할 때는 그만큼 양도차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오피스텔을 매입할 때는 부가가치세에 유의해야 한다. 용도변경을 하면서 부가세가 추징될 수 있고, 주택으로 분류돼 종부세와 양도세 등에 합산과세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일환 사회경제부장 w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