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6)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를 맡아온 이병모(61)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사무국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무국장의 배임 및 횡령, 증거인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 씨의 부인 권영미 씨에게 금강의 자금을 전달한 것에 대해선 공동정범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권 씨에게 건넬 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자금이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았을 것인데도 돈을 전달해 횡령을 방조한 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관여한 횡령 및 배임 금액이 적지 않고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관련 증거를 인멸했다"면서도 "피고인은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지시를 이행하는 실무자에 불과했고 범행으로 얻은 개인적 이익도 없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2009~2013년 이 전 대통령 실소유주 의혹이 불거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자회사 홍은프레닝 자금 10억 8000만 원과 2009년 다스의 관계사 금강 법인자금 8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그가 홍은프레닝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의 회사 다온에 40억 원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 관련 입출금 장부를 파기해 증거인멸 혐의도 받는다.
이 사무국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불법자금 수수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이들 중 세 번째다. 앞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장석명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달 28일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MB 청와대 살림을 도맡아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78)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이달 12일 열린다. 검찰은 특가법상 뇌물 방조 혐의를 받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