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인상폭 낮고 부과 대상도 줄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주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듯싶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종부세 인상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든 권고안을 보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으나 정부가 과세 기준을 완화하는 바람에 큰 걱정이 없어졌다는 소리다.
정부의 종부세 인상안은 전반적으로 재정특위의 권고안보다 위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토지 부문은 달라진 게 없다. 별도 합산 토지 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해 용도별 차등 과세의 형평성 훼손과 불균형을 더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을 넣겠다던 청와대 기조와도 상치되는 모양새다. 공개념 취지를 살리려면 건물보다 토지 부문을 강화하는 게 먼저인데 오히려 반대가 됐다는 얘기다. 국회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종부세 밑그림은 완성된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왜 종부세 부과기준을 완화했을까.
모르긴 해도 경기 위축을 우려한 듯싶다. 급격히 세금을 올리면 시장이 얼어붙어 가뜩이나 불안한 국가 경제가 더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했다는 소리다.
어찌 됐던 종부세 위력은 찻잔 속의 폭풍으로 약해졌다. 종부세 때문에 주택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인상폭이 낮아졌고 이에 따라 부과 대상도 확 줄었다.
이렇게 되면 종부세보다 재건축 부담금이 더 무서운 존재가 됐다. 요즘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 하락 추세도 재건축 부담금 영향 때문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재건축을 추진해도 예전만큼 이득이 안 생기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와 가격 하락을 불러왔다. 이런 마당에 종부세까지 강화되면 주택 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을 정부가 고려를 하지 않았느냐는 해석이다.
더욱이 정부는 앞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듯하다. 종부세 인상안을 보면 앞으로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국민 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이 2020년 1%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시뮬레이션에서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추정한 자료를 보면 총 부동산 가액이 16년 상승률 기준으로 19년 9865조 7261억 원에서 20년 1경 1555조 9254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3년간 17.1% 오르는 수치다. 연평균 5.7% 상승하는 셈이다.
물론 GDP도 17년 상승률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폭만큼 늘어난다. 금액으로 치면 부동산 가액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이런 수치를 놓고 계산하면 정부가 말한 대로 20년에 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약 1% 수준이 된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 그만큼 세금이 걷힌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결국 보유세를 많이 거두기 위해서는 세율 인상도 좋지만 부동산 가격이 적당히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을 강제로 떨어뜨리는 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추산한대로 보유세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주택 문제는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급 상황을 미리 예측해 조기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압박을 가하면 시장이 얼어붙어 경제 전반이 위축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의 규제를 걷어내고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규제·부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쓴 듯하다.
정부가 이런 세세한 부문까지 고려해 종부세 인상안을 만들었다면 참 다행한 일이다.
좀 늦었지만 제대로 시장 흐름을 파악한 것 같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