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이 안종범(62)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면담은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9일 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7차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신 회장은 안 전 수석과의 면담은 박근혜(67) 전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기 위한 것이었을 뿐 면세점 특허 청탁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신 회장은 “아버님하고 박 전 대통령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고 박 전 대통령이 아버님을 존경한다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 이후 대통령은 제가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롯데그룹 경영권을 차지한 나쁜 사람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대통령 옆에 있는 안 전 수석을 만나 대통령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위기, 눈치를 본 후에 대통령과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수석과 독대 당시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 논의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신 회장이 안 전 수석과 만나기 전 면세점 특허 관련 청탁 내용이 담긴 미팅 자료를 보고받았는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변호인은 “면세점이 만든 자료를 운영실에 보내면 운영실에서 비서실로 보내는데 비서실이 바로 신 회장에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노안이 있는 신 회장이 보기 좋게 14p로 정리해 보고한다”며 “검찰이 압수한 ‘정희수 미팅 자료’는 비서실 폴더도 아니고 운영실 폴더에 있는 게 압수된 것으로 11p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이 사건의 쟁점은 미팅 자료를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3월 11일 안 전 수석과 만나 면세점 청탁을 했는가로 봐야 한다”며 “롯데그룹에서는 안 전 수석을 면세점 재취득을 위한 이해관계자 1순위로 삼았고 당시 면담은 소진세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수차례에 면세점 청탁을 하면서 만나달라고 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안 전 수석도 항소심 증인신문에서 신 회장과 면담 당시 면세점 관련 애로 사항을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동빈 회장에 대한 8차 공판은 오는 11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이날 재판부는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심리를 마치고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등 경영 현안에 대한 청탁을 하고 최순실(63) 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검찰의 그룹 수사가 이뤄지기 직전에 돌려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와 별도로 신 회장은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95) 총괄회장 셋째 부인 서미경(58) 씨 모녀에게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계열사를 동원하는 방식 등으로 회사에 1249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