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9) 씨가 '빚의 굴레'에 빠져든 건 ‘학자금 대출’이었다. 퇴직금을 털어 무작정 장사에 뛰어들었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가 학자금 대출로 이어졌다. 학자금 대출로 한고비 넘긴 김 씨는 팍팍한 환경 속에서 생활비 마련도 여의치 않았다. 입에 풀칠하려 호프집 서빙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그런 김 씨에게 대부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 문구는 구세주와 같았다. “전화 한 통이면 대출 가능”, “소득 무관”…. 그렇게 그는 대부업체에 발을 들였다. 그때부터 그는 더 큰 수렁에 빠져들었다. 고금리를 버티기 어려웠던 김 씨는 다른 대부업체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이른바 ‘돌려막기’ 늪에 빠져버린 셈이다. 5400만 원. 2월 법원 개인회생 절차에 들어온 그의 빚 액수다. 남들 다 다니는 대학에 걱정 없이 다니는 것이 큰 꿈이었던 것일까. 김 씨는 현재 한 중소 업체에서 매장 관리를 하며 빚을 갚아 나가고 있다.
#한모(34) 씨는 2014년 7월 처음 빚을 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하지만 모아둔 돈은 금방 바닥이 났고 생활비에 쪼들렸다. 시중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기존에 대출이 있고 소득이 없던 그에게 은행 턱은 너무 높았다. 결국 한 씨가 향한 곳은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이었다. 여기저기서 1000만 원을 빌렸다. 이자만 20%가 훌쩍 넘는 고금리였다. 1년 가까이 ‘백수’ 생활이 이어졌다. 버는 돈이 없어 카드론으로 돌려막기를 했다. 1000만 원의 빚은 1년 만에 3000만 원이 됐다. 이자만 800만 원이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는 2015년 7월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3년 만인 올해 3월에야 드디어 빚에서 벗어났다.
대한민국 청년이 만성적 취업난이 초래한 저임금 상태에서 '빚'과 함께 인생을 저당 잡혔다. 청춘 파산의 시대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 당장 먹고살 돈이 없어 대출에 손을 댄다. 빚을 내지 않으면 삶을 이겨낼 수 없는 사회구조에 '청년 실신시대(실업+신용불량)'라는 신조어가 익숙해졌다. 빚의 수렁에 빠진 청년층이 제 벌이를 시작하기도 전에 법원을 찾고 있다.
최근 4년간 개인 파산 절차를 신청한 연령층 가운데 20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11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 499건에 불과했던 20대 개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해 780건으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에서 신청 건수가 준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20대와 30대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총 5774건, 전체 건수(4만4508건) 가운데 10% 수준이다.
개인회생 신청 건수를 보면 전체 연령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진다. 지난해 20~3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3만9394건으로, 전체 8만1574건 가운데 48%에 달한다. 2명 중 1명꼴이다. 서울회생법원의 한 판사는 “청년들의 경우 학자금 대출이나 생활비 부족 등으로 카드나 대부업체에 돈을 빌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