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광장' 등으로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최인훈 작가(사진)가 23일 대장암 투병 중 별세했다. 향년 84세.
4개월 전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던 고인은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 46분 눈을 감았다.
1936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중퇴한 후 장교로 임관해 군 복무를 했다. 장교 복무 중인 1959년 '자유문학'에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 '라울 전'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이듬해 4.19혁명이 있고 7개월 뒤인 1960년 11월 '새벽'지에 중편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왔고,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새롭게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되며 지금까지 널리 읽힌다. 출간 이후 현재까지 통쇄 204쇄를 찍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최다 수록 작품이라는 기록도 보유 중이다.
고인은 자신의 대표작 '광장'에 대해 "4·19는 역사가 갑자기 큰 조명등 같은 것을 가지고 우리 생활을 비춰준 계기였기 때문에 덜 똑똑한 사람도 총명해질 수 있었고, 영감이나 재능이 부족했던 예술가들도 갑자기 일급 역사관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장'은 내 문학적 능력보다는 시대의 '서기'로서 쓴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966년 단편 '웃음소리'로 '제12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1977년에는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에는 서울예술전문대학(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1년 5월 정년퇴임한 후에도 특강을 했다.
1978년 중앙문화대상 예술부문 장려상, 1979년 서울극평가그룹상, 1994년 이산문학상, 2004년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상, 2011년 박경리문학상 등을 받았다.
한편, 고인은 2003년 계간지에 발표한 단편 '바다의 편지'를 끝으로 새 작품을 내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신판 '최인훈 전집' 발간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권 분량의 새 작품집을 낼 만한 원고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듬해 자신의 희곡이 올려진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은퇴란 없다.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진다. 위원장은 문학과지성사 공동창립자이자 원로 문학평론가인 김병익이 맡았다.
영결식은 25일 0시 서울대병원 장계식장 내 강당에서 열린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장지는 '자하연 일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