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장이 내민 명함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기존 은행 명함과 달리 정사각형 모양의 익살스러운 캐릭터에 시선이 꽂혔다. 황 그룹장은 HP, 퍼스트데이터코리아,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을 거치며 24년간 금융 결제시스템, 디지털 솔루션 개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총괄한 디지털·IT 전문가다.
지난달 20일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선임된 황 그룹장의 취임 한 달째를 맞아 그가 앞으로 이뤄낼 혁신에 대해 들어봤다. 황 그룹장은 “증권은 ‘사냥꾼’기질, 은행은 ‘농부’ 기질이 있다”며 “은행이 디지털조직을 강화하는 것도 농부 스타일로는 더 이상 영업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황 그룹장은 디지털 그룹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그는 “기존의 관행, 조직 논리에 젖어 있던 방식을 혁파하고자 한다”며 “은행마다 ‘에자일 조직’을 얘기하는데 단순히 내부 규정에 명문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내 생활부터 바뀌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그룹장은 “이번 주부터 디지털전략부 사무실의 책상 칸막이를 없애고, 지정석이 아닌 자유롭게 업무를 보는 ‘모바일 오피스’로 바꿨다”며 “가능하면 메신저로 소통하고, 서면 보고를 하더라도 모든 보고서는 한 페이지로 끝낸다는 ‘OPR’ 방식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글자 크기, 첨부파일 형식 등 쓸데 없는 틀에 얽매이느라 시간을 소요하지 말라는 의미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지원 부문 소속의 디지털 금융그룹을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는 국내 부문에 전진 배치했다. 황 그룹장은 “기술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전쟁터에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대면 마케팅에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과 달리 철저히 고객 중심의 마케팅 개념을 녹이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황 그룹장은 “‘위비 뱅크’를 쓰는 고객이 우리은행이라는 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핀테크 업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개방형 구조로 갈 것”이라며 “위비 멤버스, 위비톡 등 8개 앱을 ‘위비’라는 브랜드 아래 통합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를 뛰어넘어 위비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지역마다 규제, 인프라 수준이 달라 우리은행 진출 지역에서의 앱 기반 서비스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