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의 배당 사고를 계기로 증권회사들의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을 일제 점검한 결과 허위주식 입고가 이뤄지기 쉬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딜(대량매매) 역시 증권회사 담당자가 입력하기만 하면 매매가 체결되고 있었다.
2일 금감원은 지난 5월 9일부터 6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32개 증권회사와 코스콤의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에서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문접수와 실물입고, 대체 입·출고, 전산시스템 관리 등 여러 부문에서 사고 발생 요인이 드러났다.
우선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사고처럼 다른 증권회사들 역시 주식 실물입고와 대체 입·출고 과정에서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하는 수량이 입고 가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를 배당하면서 총 발행주식수(8900만 주)를 초과하는 28억1000만 주를 입력했으나 시스템상 경고나 오류 없이 그대로 입고됐다.
일단 입고된 주식은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다. 실제 삼성증권 우리사주를 잘못 배당받은 직원 중 22명은 총 1208만 주를 매도했다. 당시 삼성증권처럼 이러한 사고 발생 시 임직원의 주식거래를 즉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증권사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주식을 실물 입고할 경우 예탁결제원이 증권의 진위여부 등을 최종 확인하기 전에 주식시장에 매도될 여지도 있었다. 도난·위조 등 사고주식이 문제없이 입고되고 매도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주식 매매주문 접수·처리와 관련해서는 직접주문접속(DMA) 시스템을 통한 대량·고액 주식매매 주문 시 경고메시지나 주문보류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DMA는 증권회사의 주문대행 없이 기관투자자 등이 직접 주문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증권사를 통한 주문을 할 경우 주문금액이 30억~60억 원 이상이거나 상장주식 수 1~3%에 해당하는 거래일 경우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에 따른 경고메시지가 뜬다. 주문금액이 60억 원 이상이거나 상장주식 수 3%를 초과하는 대규모 거래 시에는 주문이 보류된다. 그러나 대규모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DMA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견제 장치가 없었던 셈이다. 이는 해외주식 거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대부분 증권사들이 주식 권리배정 업무에서 고객별 배정내역 확인을 수작업으로 처리하고 있어 오류 가능성이 컸다.
금감원은 이번 실태점검 결과에 따라 미흡한 증권사를 제재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개선방안을 제시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내부통제 수준을 높이고 사고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선 DMA를 통한 주식매매 주문과 해외 주식 거래 시에도 금투협회 모범규준에 따라 일정한 경우 주문이 보류되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블록딜 시스템 상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주문 시 증권회사의 책임자 승인 절차를 추가한다.
주식 입·출고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총 발행주식수를 초과한 수량은 입고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을 개선토록 했다. 또, 고객의 실물주식 입고 의뢰 시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본사 확인 전까지 자동으로 매도를 제한한다. 증권사 영업점에서 실물주식의 금액대별로 책임자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부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주식 대체 입·출고 관련 시스템과 주식 권리배정 업무도 모두 자동업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전산시스템(IT) 사용과 접근 권한과 관련해서도 준법감시부서의 사전승인을 반드시 받도록 개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와 금투협이 블록딜 시스템 개편을 연내 마무리하고 예탁원의 권리배정 시스템 개선은 내년까지 마칠 것”이라며 “금감원은 내년 1분기 중 전 증권회사에 대해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 개선결과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