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쇼크’에 글로벌 시장 요동

입력 2018-08-13 06:00수정 2018-08-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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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터키 외교전쟁이 경제 위기로 비화 -전문가들, ‘터키 쇼크’가 세계로 전염되는 ‘컨테이전’ 상황 우려

터키 통화 리라화의 급락에서 비롯된 ‘터키 쇼크’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 목사를 감금한 터키에 대해 알루미늄·철강 관세를 대폭 인상하는 제재를 발표한 것이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미국과 터키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신흥국과 관계가 깊은 유럽으로까지 충격이 확산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충격이 전 세계로 퍼지는 ‘컨테이전(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출처:니혼게이자이신문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당 리라 가치는 한때 6.8리라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하룻새 낙폭은 20%에 육박했고, 연초 대비 하락률은 40%에 이르렀다.

리라 급락의 직접적인 발단은 외교 문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터키 에게해 연안에서 20년 가까이 교회를 운영해온 앤드루 크레이그 브랜슨 목사다. 그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미수 사건 이후 벌어진 일제 단속에서 2016년 10월 터키 당국에 구속됐다. 터키 당국은 브랜슨이 쿠데타의 주동자로서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터키 측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다 미국이 지난 1일 인권 침해를 이유로 터키 각료 2명에 대해 경제 제재를 부과, 양국이 최근 미국에서 협상에 나섰지만 이마저 결렬되면서 미국의 새로운 제재 조치 발동으로 이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교적인 문제에 더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공연히 금융정책에 개입해 환율 방어와 인플레이션 진화를 어렵게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터키는 해외 자금 의존도가 높은 경상수지 적자국으로 환율 개입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터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율은 2017년에 5.5%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3일 시점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1029억 달러로 수입액 5개월분 정도다. 이 가운데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200억 달러에 그쳐 달러를 팔고 리라를 사들일 여력이 제한적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경계하는 건 위기가 광범위한 시장에 미치는 이른 바 ‘컨테이전(감염)’ 상황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애런 최고투자전략가는 “안전 자산으로의 도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달러화 부채를 안고 있는 신흥국의 상환 능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인터컨티넨털거래소의 달러지수는 10일 1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리라 하락 여파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러시아의 루블화 등 다른 신흥국 통화들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며 ‘컨테이전’ 양상을 선명히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터키처럼 경상수지 적자국인 남아공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은 당분간 통화 매도 압력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컨테이전이 신흥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흥국과 경제적 유대가 강한 유럽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유럽 은행 중 터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스페인으로, 그 규모는 3월 말 현재 809억 달러, 전체의 36%에 이른다. 그다음이 프랑스 351억 달러, 이탈리아 185억 달러 순이다. 미국 JP모건은 터키가 해외에서 받은 직접투자액은 5월말 시점에 1400억 달러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시점을 보면 75%가 유럽에서의 투자였다.

전문가들은 컨테이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져 미국 등 선진국도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그동안 순조롭게 오름세를 보이던 미국 증시 다우지수도 10일에는 196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가뜩이나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거래량이 줄어든 시장에 단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당분간 ‘터키 쇼크’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세계적인 채권 펀드 운용사 핌코의 요아킴 펠스 자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세계 통화 환경이 악화되었다”며 “이로 인해 단기 자금 조달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 상황에 대해 “국내 경제 상황과 글로벌 유동성이 나빠져 달러 자금 조달 대책이 취약해지면서 컨테이전을 초래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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