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연금의 충당부채 문제를 놓고 연금공단과 납세자연맹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의 미적립 부채가 621조 원에 달해 기금 적립금 규모에 육박한다고 주장한 반면, 공단은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산출 방식이라며 맞섰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납세자연맹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매번 5년마다 재정추계를 하면서 기금고갈에 대한 공포심을 키워 국민연금법을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땜질식 처방으로 되풀이해 왔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연금충당부채는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에 받을 연금액의 현재가치와 현재 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입자의 불입 기간에 대해 법적으로 받을 연금액의 현재가치를 더한 것”이라며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법에 의해 매년 계산되고 있지만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한 번도 계산해 공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하지 않는 재정추계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땜질식 개혁이 아닌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맹은 국민연금의 부족한 미적립 부채를 621조 원으로 파악했다. 이는 국민연금가입자의 전체 수익비를 2배로 보고 2017년 말 적립기금액과 동일한 금액으로 추정해 산정했다.
연금개혁안으로는 △1000원을 내면 1000원을 받는 확정기여형으로 바꾸고 △보험요율은 9%에서 6%로 낮추는 대신 나머지 3%는 사회복지세로 걷어 기초연금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등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인상하고 보험료를 2%를 즉각 인상하는 안과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면서 2019년에서 2029년까지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3.5%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2% 정도 인상하면 작년 징수액기준으로 매년 9조 원 정도의 보험료 부담이 더 생길 것”이라며 “연봉이 5000만 원인 근로자의 경우 보험료 2% 인상 시 본인 부담분 1%에 해당하는 금액은 50만 원으로, 그 금액만큼 가처분소득이 줄어 민간소비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주장에 공단은 민간보험에 적용하는 계산 원리를 국민연금에 그대로 적용해 일정시점에 연금을 모두 지급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새로운 가입자가 계속 발생돼 영속적으로 운영되는 공적보험인 국민연금에는 맞지 않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기준에 따라 부채통계를 산출·공개하는 국내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국가부채에 대한 국제기준은 확정채무만을 정부의 부채로 파악하며,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IMF의 국제기준은 국가채무(D1),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로 부채를 산출해 공개한다.
공단은 “충당부채는 확정채무가 아니므로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에서 제외한다”면서 “IMF는 사회보장 급여를 정부 부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5년마다 실시하는 재정재계산제도에서 연금충당 부채를 계산하고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