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들여다보니…대기업 규제 그물망 촘촘해졌다

입력 2018-08-26 12:00수정 2018-08-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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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총수家 지분율 20~30% 미만 상장사도 규제 대상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연합뉴스(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핵심 추진 과제로 내세운 재벌개혁의 실현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재벌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및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위해 기존보다 촘촘해진 대기업집단 규제가 개정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보면 개정안은 우선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상장사(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을 현행 30% 이상에서 비상장사와 동일하게 20% 이상으로 일원화했다. 또한 이들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인 총수일가 소유 지분 20~30% 미만의 상장사도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공정위 실태조사 결과 총수일가 지분율 20%에서 30% 사이 상장사의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기준 3000억 원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700억 원)보다 월등히 높았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 29~30%인 상장사의 평균 내부거래 규모는 8000억 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상장사 소유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강화하면 사각지대에서 일어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규제대상이 현재의 2배 이상인 최소 441개 회사로 늘어나게 된다.

대표적으로 현재 규제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KCC건설, 태영건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개정안은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상장회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 15%까지 예외적으로 허용했다.

이러한 의결권 제한은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및 사익편취, 계열사의 부당 지원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들이 보유한 자산 대부분이 계열사 주식이며 그 구성 내역을 보면 총수 2세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 그룹의 핵심회사 위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나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개정안에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의무 지분율 요건을 기존 상장사 20%·비상장사 40%에서 상장사 30%·비상장사 50%로 상향(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와 새롭게 자회사·손자회사를 편입하는 기존 지주회사 해당)하는 내용을 담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총수일가 지분이 집중된 지주회사가 자·손자회사와 내부거래를 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사익편취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올해 7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드러났다.

그간 논의가 뜨거웠던 금융보험사만의 의결권 행사한도 5%로 제한하는 내용은 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다만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은 예외적 의결권 행사사유에서 제외했다.

이밖에도 개정안은 동일인(총수)에게 국내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한 해외계열사의 주식소유 및 순환출자 현황과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계열사 현황에 대한 공시의무를 부과했다.

이러한 내용들을 담은 개정안이 향후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다면 기존보다 강력해진 규제에 대한 대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개정안을 보면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더욱 촘촘해진 모습"이라며 "여기에 개정안에 포함된 전속고발제 일부 폐지(경성담합·유통3법 등)까지 더해져 향후 대기업의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기업집단법제 특위 권고안 및 공정위 입법예고안 비교.(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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