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에서 제조사의 위탁을 받아 물건을 판매하는 위탁판매원들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이재석 부장판사)는 3일 백화점 위탁판매원 최모 씨 등 35명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위탁판매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로 최 씨 등은 퇴직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못하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 소득세를 납부한다고 해도 임금을 목적으로 한 종속적 관계가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씨 등이 삼성물산의 지휘ㆍ감독 아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은 판매원들에게 매출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고, 매출실적이 부진한 경우 구체적인 매출 부진 사유와 매출 활성화 방안을 보고하게 했으며, 매출실적을 평가해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경우 성과급을 주기도 했다"면서도 "판매원들의 매출실적은 삼성물산의 수익과 직접 연관된 것으로 매출실적을 높이라는 지시를 했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이 판매원들에게 지휘ㆍ감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판매원들은 삼성물산이 지정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고, 할인행사의 경우 삼성물산이 정한 행사기간 및 할인율을 따라야 했으며,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면서 "이는 브랜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삼성물산 상품이 모든 매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류제품을 제조ㆍ판매하는 삼성물산은 자사 정규직을 백화점 판매원으로 파견했다가 1999년부터 퇴사한 이들을 중심으로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판매용역 계약은 매장 매출액에 일정한 수수료율을 곱한 수수료를 판매원들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최 씨 등은 "삼성물산의 지휘 ㆍ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서 회사에서 퇴직했음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 씨 등 판매원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2월 대법원은 비슷한 사건에서 백화점 판매원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했다. 백화점 판매원 16명이 용역계약을 맺은 A사를 상대로 "퇴직금과 연장근무 휴일 연차 수당을 지급하라"고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백화점 파견 판매원들이 지정된 근무장소에서 백화점 영업시간 동안 정해진 물품을 고정된 가격으로 판매했고, 회사가 매장에서 사용하는 비품과 작업도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며 판매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