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게임 업계에 노조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그 파장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IT 업계는 노조 측면에서 보면 ‘무풍 지대’에 가까웠다. 대부분의 강성 노조는 전통적인 제조업인 자동차 조선 화학 등에 포진돼 있었다. 하지만 대표 반도체기업인 SK하이닉스에 사무직 노조가 등장하면서 국내 기업의 노조 지형 자체가 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산하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는 전날 노조 설립 선언문을 내고 기술사무직을 대변할 노조 출범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에는 현재 생산직 노동자들이 조직한 전임직 노조(SK하이닉스 노동조합)가 있다. 하지만 대졸 사무직과 엔지니어가 주축인 4급 이상 기술사무직은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기술사무직 지회는 선언문에서 “기술사무직 전체 사원의 부당한 처우를 알릴 나팔수가 되고, 회사와 소통하는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에 점심시간에 끼어있는 ‘코어타임’ 근무제도, 저성과자 퇴출 제도 등이 불합리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높은 업무 강도로 명성이 자자한 게임 업계도 잇따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전날 스마일게이트노동조합 ‘SG길드’를 출범했다. SG길드에는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스마일게이트알피지, 스마일게이트스토브 등 스마일게이트 그룹 소속 모든 법인들을 포함돼 있다. SG길드는 선언문을 통해 “게임업계에 만연한 크런치 모드를 워라밸 모드로 바꿔 나가겠다”며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의무적 근로시간 없는 유연근무제를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네이버, 이달 3일에는 넥슨에도 노조가 설립된 바 있다. 이처럼 IT·게임업계에 노조 설립이 이어지는 것은 주 52시간 근무제 등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를 배경으로 장시간 노동 등을 개선하려는 직원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선은 삼성전자에 쏠린다. 지난 5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키로 하면서 80년 동안 이어지던 무노조 경영이 사실상 공식 철폐됐다. 이후 삼성전자에도 사실상 첫 전국단위 노조가 설립됐다. 다만 아직 조합원은 전체 임직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