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슈퍼파워’ 인도로 가는 길] “히말라야에서 인터넷 쇼핑을”… 印 갑부 암바니의 ‘4G 혁명’

입력 2018-09-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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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바니의 지오, 4G 보급 주도하면 설립 2년 만에 인도 4위 이통사 발돋움…아마존·구글 성공도 암바니에게 달려

인도 최대 갑부가 수억 명의 빈곤층을 모바일 인터넷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인도 유수의 복합기업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를 이끄는 무케시 암바니는 350억 달러(약 39조4940억 원)의 회사 자금을 들여 인도 전체를 4세대(4G) 이동통신망 시대로 인도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 인도 최대 갑부 암바니, 4G 혁명의 선구자 되다= 암바니가 세운 이동통신업체 릴라이언스지오인포컴(이하 지오)는 출범한 지 2년밖에 안 된 후발 주자이지만 무료 통화와 파격적으로 저렴한 데이터 사용료를 앞세우면서 일대 변혁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지오가 제공하는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는 13억 인도 인구가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대기업에 접근하는 길을 열고 있다.

암바니의 프로젝트는 부유층이나 빈곤층 모두 데이터에 저렴한 비용으로 접속할 수 있게 해 인도 인터넷 인구를 세계에서 가장 크게 키울 잠재력이 있으며 소매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WSJ는 호평했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인도는 3억9000만 명의 네티즌이 있지만 전체 인구로 따지면 보급률은 28%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88%에 따른다. 리서치 업체 이마케터는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올해 3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5년보다 세 배 성장한 것이지만 소매시장 전체의 3%에 못 미친다.

아직도 인터넷 관련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장을 암바니의 지오가 제공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히말라야 산기슭에서 감자 농사를 하는 고빈드 싱 판와르와 같은 고객이다. 그의 마을은 포장도로도 실내 화장실도 없지만 광대역 인터넷을 쓸 수 있다. 판와르 씨는 “우리 마을에서 처음으로 냉장고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지오가 마을 인근에 기지국을 세우고 월 2.1달러에 무제한으로 4G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

◇ 지오, 설립 2년 만에 인도 4위 이통사 부상한 비결은?= 지오는 2016년 사업을 시작한 이래 2억1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바티에어텔과 보다폰그룹, 아이디어셀룰러에 이어 인도 4위 이통사로 자리매김했다.

암바니의 진격은 2010년 시작됐다. 인도 전역의 4G 라이선스를 취득한 지 얼마 안 된 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인터넷 이용률이 10%에 못 미쳤던 당시로선 위험한 움직임이었다. 바티에어텔과 보다폰은 3G 서비스 전개에 주력하고 있었으며 4G 스마트폰을 가진 인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4G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개인적 경험도 한몫했다. 현재 48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지닌 암바니는 27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헬기 착륙장과 홈시어터, 체육관과 수영장이 있는 호화주택이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예일대학에 다니는 딸이 방학 중 집에서 과제를 작성할 때 나쁜 인터넷 환경으로 고생했다.

당시 인도 통신업계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초고속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었지만 거기에 맞는 요금을 지불할 사람은 적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휴대폰 사용료는 한 달에 2달러 정도였고 내역은 음성 통화가 대부분이었다.

경쟁사들이 일부 도시에서 4G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암바니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를 포함해 1만8000개 이상의 도시와 20만 개의 마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했다.

이를 수행하려면 20만 개 이상의 기지국과 지구를 여섯 바퀴 돌 정도인 15만 마일(약 24만 km)의 광섬유 케이블이 필요했다. 지오는 인도의 악명 높은 관료주의와 부실한 인프라를 극복하고 이런 난공사를 거의 완료했다.

인프라 관리에도 만전을 기했다. 부설된 케이블이 도난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전역 군인들을 대거 채용해 경비를 맡겼으며 구리를 노린 절도에 대한 대책으로 맨홀 커버에 케이블을 조금 남겼다. 케이블이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이를 훔쳐도 구리를 많이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도둑들이 깨닫도록 한 것이다. 또 현지인들에게 돈을 지급하고 문제가 있으면 알려 달라고 했다.

2016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무제한 데이터는 첫 3개월을 무료로 제공했는데 이를 6개월 연장했다. 유료 전환 후에도 데이터 통신료는 업계 평균의 25%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경쟁사들도 가격을 인하하면서 지오 출범 전 1기가바이트(GB)당 3달러에 달했던 평균 요금은 60센트로 낮아졌다. 경쟁사들은 지오의 가격 캠페인을 제소했지만 당국은 반경쟁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지오의 손을 들어줬다. 암바니의 동생 아닐 암바니 소유의 릴라이언스커뮤니케이션은 결국 이통 사업을 형의 회사에 매각했다.

◇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대기업의 인도시장 진출 성패도 암바니에게 달려= 인도시장을 위한 제품 개발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구글과 페이스북 산하 메시징 앱 왓츠앱, 현지에서 인터넷 판매 물류망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월마트와 아마존닷컴 등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도 암바니에게 달렸다. 이들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인터넷 환경이 절대적이기 때문.

지오가 주도한 요금 인하 경쟁이 현지에서 대량의 데이터 전송을 창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분석에 따르면 지오가 서비스 첫해 전송한 데이터는 세계 어느 통신회사보다 많았다. 앱애니는 지난해 구글플레이에서 인도의 앱 다운로드 수가 미국을 앞질렀다고 전했다.

지오는 데이터 요금을 지불할 수 있지만 4G 지원 스마트폰을 살 수 없는 소비자를 위해 저가의 ‘지오폰’도 제공했다. 소비자들은 23달러의 보증금만 내면 지오폰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창출하는 새로운 사용자층은 아마존과 구글이 현지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WSJ는 강조했다. 아마존은 인도 소비자 중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고객에게 제품 인도 시 현금을 받는 등 현지 사정에 적합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또 심각한 교통정체에서 물건을 원활히 배달하고자 오토바이 택배도 하고 있다. 구글은 인도 고객을 위해 저성능의 스마트폰에서도 잘 돌아갈 수 있는 ‘유튜브 고’ 앱을 출시했으며 ‘테즈(Tez)’로 불리는 인도 전용 모바일 결제 앱도 선보였다. 조시 우드워드 구글 제품 매니저는 “지오는 인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수억 명의 인도인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온라인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왓츠앱도 인도가 중요한 시장이다. 인도의 왓츠앱 사용자는 2억 명이 넘어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현지 고객이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이 없어도 휴대폰 번호만으로 왓츠앱에 접속할 수 있다. 왓츠앱은 현지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시험 중이다.

월마트가 5월 160억 달러에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 지분을 인수한 것도 현지의 빠른 모바일 인터넷 보급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경영자(CEO)는 3월 인도 방문 당시 “우리는 모든 다른 나라에 지오 같은 업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극찬했다. 넷플릭스의 인도 가입자 수는 현재 5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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