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사업 재추진 관건… “당분간 간편결제·법인계좌에 집중”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연내 신용카드 사업 진출 계획을 철회했다. 최근 신용카드 업황 불황과 카드 수수료 인하, 기존 사업 확대 등 대내외적 변수가 잇따르면서 신용카드 사업 진출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17일 “신용카드 사업과 관련해 내부적으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추진했었지만, 연내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연기 이유에 대해 “(신용카드 사업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정된 인력으로 그쪽으로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기로 해 해당 사업을 후순위에 두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올해 상반기 중 신용카드업 인가를 받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7월 카카오뱅크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용우 공동대표는 신용카드 사업 진출 시점과 관련해 “어느 시점이 좋다는 것을 지금 판단하기 어렵다”며 카드업 진출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어 윤호영 공동대표 역시 “현재는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를 각종 페이 서비스와 연계해 불편함 없이 쓰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신용카드 업계의 수익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앞으로도 업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은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제회계기준(IFRS) 전업 카드사 순이익은 9669억 원으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상반기 순이익 1조 원을 넘기지 못했다. 사업 전망도 흐리다.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인 데다 카드론 등 대출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카드업계 상황이 바뀌고 카카오뱅크가 은산분리 완화로 대대적인 자본 확충에 성공한다면 언제든 신용카드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공동대표는 간담회에서 “신용카드를 내놓는 이유는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후불 결제 혜택이 고객에게 필요하고, (축적된) 결제 데이터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신 등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해 신용카드 수익성 악화와는 별개로 진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결국, 신용카드업 진출의 전제조건은 업황 회복과 은산분리 완화다. 일단 카카오뱅크는 주택담보대출 규모 확대와 증권사 인수 계획 등 굵직한 사업영역에 먼저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은산분리 완화로 자본 규모를 키우지 않고선 신사업에 돌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은산분리 법안은 여야 간 의견 대립 끝에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 최종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또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도 당분간 주택담보대출를 포함해 간편결제와 법인계좌에 집중할 전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용카드업도 은행 사업 중 하나로 검토한 것은 맞지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본인가도 받아야 하고, 여러 가지 조건도, 시장 환경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