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으로 접근 다양한 0 관련 혜택 탄생
SK텔레콤이 1020 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영(0)’을 내놨다. 1999년 통신업계 최초로 신세대를 위한 이동전화 브랜드 TTL을 선보인 지 20년 만이다. TTL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마케팅에 집중했던 일방적 소통이었던 반면, 0은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양방향 서비스가 특징이다. 천문학적인 마케팅비용을 쏟아붓는 물량 공세 대신 1020 세대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데 초점을 맞췄다. 0은 ‘숫자가 시작되는 0’과 ‘젊음을 뜻하는 Young’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인생의 출발점에서 앞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1020 세대를 지칭한다.
◇ 통신사 관심 없는 1020 세대 ‘컬처 브랜드로’ 공략 = 0 브랜드를 직접 기획하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김배훈 SK텔레콤 이동통신(MNO) 사업부 세그먼트 마케팅 매니저는 이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1020 세대에게 아이폰을 쓰는지 갤럭시를 쓰는지가 중요하지, 통신사가 SK텔레콤인지 KT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젊은 세대들에게 통신사 브랜드 인지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1020 세대를 위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부서에서 파편적으로 의견이 모였고 수많은 설문조사와 논의 끝에 지난해 12월 ‘0’이라는 브랜드를 최종 낙점했다.
권미혁 MNO 사업부 세그먼트 마케팅 매니저는 “10대는 자기가 어떤 통신사를 쓰는지 관심이 없고, 20대는 통신사는 알지만, 긍정적인 기억이 없어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전달 자체가 어려웠다”며 “SK텔레콤, T 같은 기존 브랜드로는 힘들겠다는 판단하에 1020 세대에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컬처 브랜드 0을 내놓게 됐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020 브랜드 ‘0’을 공개하고 이달 4일에는 ‘영순위 여행’ ‘영캠퍼스’ 등 구체적인 혜택을 대거 공개했다.
◇ 1020 세대들이 원하고 고민하는 생생한 정보 얻기 위해 카톡 ·페이스북 첩보전= 0을 개발한 팀은 MNO 사업부 세그먼트 마케팅 인력 5명과 신입사원들로 구성된 YT TF 6명 등 총 11명이다. 1020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와 관련 혜택을 개발하기 위해 세그먼트 마케팅팀의 평균 연령은 조직 내 최연소인 30대 초중반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 3월 신설된 YT TF는 신입사원 4명과 1~4년 차 직원 2명으로 꾸려 10대들의 수요를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김배훈 매니저는 “일반적인 설문조사의 경우 완전히 생생한 정보가 아니고, 한 번 필터링을 거친 정보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10대 학생들이 실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조사하기 위해 카카오톡 단톡방이나 페이스북 같이 SNS에서 실제로 어떤 대화를 하는지 수개월간 연구,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수개월간의 탐문으로 인해 과거 10대와 현재 10대들의 생활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미혁 매니저는 “모바일 라이프라는 신개념이 등장하긴 했지만, 학사 생활에 얽매여 있고, 행동반경이 매우 제한적이고 친구와 함께한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며 “학생들은 항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데 착안해 데이터 스테이션(데이터 충전소)이나 데이터 슈퍼패스(많이 쓰는 앱 데이터 무료) 같은 상품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권 매니저는 또 “10대 고객들의 경우 대부분 부모님이 데이터를 선택해 주고 사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20일이 지나면 데이터를 다 소진해 SMS 사용 빈도가 높아졌다”며 “20일 이후에 단짝 친구와 하루이틀이라도 데이터를 무한으로 쓰게 해주자는 데서 데이터 SOS 같은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끝난 후 일주일간 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중고교생들이 1년에 4번 시험을 치르는데 이 시험 기간이 끝난 후 일주일 동안 일정량의 데이터와 먹거리 쿠폰을 지급한다.
◇ 진정성 있게 접근, 1020세대 마음의 문 연다= 0순위 여행과 0순위 캠퍼스 혜택도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탄생했다.
권 매니저는 “취업난으로 인해 요즘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스팩을 쌓느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한 고민할 여유가 없다”며 “힘든 현실이지만 자신을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0순위 여행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여행을 가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고 여행을 다녀온 후 본인들의 이야기를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20대 참가자들끼리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0 캠퍼스도 종전에 계속해 왔던 캠퍼스 혜택과는 차별점을 뒀다.
이재면 YT TF 매니저는 “20대 대학생들 유일한 소속감은 결국은 대학교였다. 예전에 제공했던 캠퍼스 혜택과는 차별화해 과도한 소속감, 대학 간 경쟁을 주기보다는 대학생으로서 필요한 맞춤형 혜택을 주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0 브랜드 관련 상품 개발에 있어 MNO 사업부 세그먼트 마케팅팀과 YT TF가 조화를 이뤄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젊은 YT TF 인력들이 생생한 아이디어를 내면 세그먼트 마케팅 매니저들이 다듬어 실제 사업화로 연결했다.
이재면 매니저는 “YT TF 조직이 젊어서 현장에 직접 나가 조사를 하는 등 기동력이 빠른 게 강점이지만, 실제 사업화로 연결시키기까지는 약점이 있었다”면서 “세그먼트 마케팅 매니저들이 다듬어 줘서 실제 상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