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KT가 고속철로 주변 전력유도대책사업을 추진하면서 불필요한 공사로 혈세를 낭비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은 이를 처음 알린 KT 전 직원의 내부고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국회 국정감사 결과뿐 아니라 해당 직원이 공익제보자로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사실과 배치된다.
서울고법 민사28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28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KT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KT가 무리하게 전력유도대책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보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전력유도대책공사비 3억 7200여만 원을 KT에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력유도대책공사는 전기철도 주변에 있는 통신회선의 잡음 또는 통신기기 오류 등으로 인한 장해를 제거하는 조치를 말한다.
사건의 발단은 여상근 전 KT 대구지사 기술부장의 내부고발이었다. 여 씨는 2005년 8월 KT가 하지 않아도 될 곳에 전력유도대책사업을 강행해 혈세 600억 원을 벌어들이려 한다는 내용을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했다. 2006년 사건을 넘겨받은 감사원은, 감사 결사 KT의 전력유도대책사업이 과하게 진행돼 예산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며 KT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해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동일한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KT는 여 씨가 회사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그를 해고했다. 청렴위는 여 씨의 신고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고, 그가 회사를 비방할 목적은 없었다며 파면 취소를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여 씨는 2007년 공익제보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이후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가 2016년 12월 개통한 수서 평택 고속철(61.1㎞), 동해남부선 부전~일광 전철(28.5㎞) 주변 통신선로에 벌인 전력유도대책사업은 불필요했고 이에 대한 공사비 역시 줄 이유가 없다며 지난해 KT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가 전력유도대책 관련 법령 및 고시에 따라 전철을 운영하기 전 잡음 전압을 예측해 전력유도대책공사에 나서는데, 그 예측값이 실제 측정한 값보다 15배 이상 높아 대책이 필요하지 않은 구간에도 공사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KT뿐 아니라 국립전파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른 실측값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연구 결과에 따른 실측값은 아직까지 전력유도 대책 관련 법령 및 고시에 반영되지 않아 잡음 전압을 일방적으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주장대로 계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전철을 운영한 이후에 전력유도 피해방지 공사를 하게 되면 이미 발생한 통신장애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 사전에 예측값을 계산해 대책을 세우고 공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