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는 롯데케미칼 품고, 호텔은 지주 지분 9.99%로…지배구조 개편 핵심 ‘호텔롯데’ 상장 앞두고 ‘저평가’ 과제
1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로 롯데그룹의 사업 재편이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신 회장은 8일 처음 사무실에 출근한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10일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의 이사회를 통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계열사의 롯데지주 편입을 결정지었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일부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합해 총 796만5201주(23.24%)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지분 매입 비용만 2조2274억 원에 달한다.
이어 11일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렌탈, 롯데지주 등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롯데케미칼로부터 롯데알미늄 주식 13만6908주를 1204억 원에, 롯데렌탈 주식 57만6690주를 456억 원에 취득한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하던 롯데지주 주식 17만1460주를 101억 원에, 롯데장학재단이 갖고 있던 롯데지주 주식 94만8040주도 558억 원에 취득키로 했다. 취득 후 롯데알미늄, 롯데렌탈, 롯데지주에 대한 호텔롯데 지분은 각각 38.23%, 25.67%, 9.99%가 된다.
신 회장은 지분 매입 대금 마련도 정공법을 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롯데지주 보유 금융사 지분과 롯데물산,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며 지분 매입 부담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인수 대금 마련에 2조3000억 원 규모의 차입을 선택했다. 다만 향후 차입금 부문의 경우 롯데카드·캐피탈 제3자 매각을 통해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화학 계열사 11개가 롯데지주 체제로 들어오면서 롯데그룹 총 91개 회사 중 62개가 지주 체제로 편입됐다. 롯데지주 역시 유통·식품 중심에서 화학 부문이 추가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상당 규모의 배당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 호텔롯데를 포함한 29개 회사가 여전히 롯데지주 밖에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사실상 100%(97.2%)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배력을 낮추는 방법은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처음 IPO(기업공개)를 계획했던 2016년 당시보다 크게 못 미친다는 데 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가 예상한 호텔롯데의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는 13조 원에 근접했지만 지난해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사업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1조 원대, 즉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게다가 방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고,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에 대한 규제 등의 악재로 면세점 업황도 예전만 못하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어 롯데지주가 롯데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내년 10월까지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점도 상장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78%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2~3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