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쁨 자본시장부 기자
최근 바닥으로 추락한 국내 증시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다. “무역전쟁이 끝나면 반등한다”, “금리 영향으로 2000선까지 떨어진다”, “불확실성이 커 예측이 어렵다” 등 증권가에서조차 탕약인지 뜸인지 명확한 처방전을 내리지 못했다.
치명타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라고 본다. 주식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다. 아무리 주가가 낮아도 오를 거란 믿음이 있다면 베팅이 어렵지 않다.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고 하지만 유독 국내 증시만 조정 폭이 크다는 점을 간과할 순 없다.
지난주 뉴욕증시가 3% 넘게 빠졌지만 미국은 자신감이 넘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규제개혁으로 3분기 실적은 7.3%, EPS(주당순이익)는 20.6%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진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믿음은 나스닥주를 견고히 받치고 있다.
반면 코스피 전망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100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사이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은 1112조 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락장에 투자자들은 자금을 빼지만 그 돈을 흡수할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는 의미다.
경직된 규제도 한몫한다. 유보금이 넘쳐도 규제에 막혀 공장 증설 등 설비 투자를 못하거나, 연구개발을 포기하는 등 잠재력을 가졌어도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많다. 이에 대한 실망은 주가에 그대로 반영된다.
불신이 골수까지 퍼지면 돌이킬 수 없다. 기업들이 실적 모멘텀을 올리고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코스닥 벤처펀드나 증권거래세는 본질적 처방이 아니다. 모래성을 많이 쌓은들 파도가 밀려오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기업이 성장할 거란 믿음이 곧 시장 회복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