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바이오 사랑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 탈피해 새로운 먹거리로 바이오 산업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도 급성장하면서 항암 관련 시장만 몇 백조 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IBK투자증권은 제약바이오 리포트를 통해 2018년 올해도 역시 면역항암제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10여개월이 지난 1일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제임스 P. 앨리슨 미국 텍사스주립대 면역학과 교수와 일본 교토대 의대 혼조 다스쿠 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면역항암제가 향후 암 치료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항암 시장에서의 면역항암치료제의 입지가 더욱 높아지게 된 계기다.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할 수 있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을 발견하고, 그 원리를 새로운 암 치료법에 적용했다는 것이 노벨생리의학상 선정 배경이었다.
현재 10여개 글로벌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국내에서는 제2의 제넥텍을 꿈꾸는 면역 항암제분야 루키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넨텍은 2015년 기준 매출 20조 원을 넘어서며 세계 1위 바이오 기업, 미국 바이오테크 산업의 전설로 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바스틴, 허셉틴, 리툭산 등 연매출이 10조 원에 가까운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도 잇따라 개발, 미국 바이오산업의 전설로 자리 잡았다.
◇ 제2의 제넨텍 꿈꾸는 국내 루키들 =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BI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면역항암제 시장규모는 2015년 169억 달러(약 20조 원)로 매년 24%씩 성장해 오는 2022년에는 758달러(약 90조 원)에 이르게 된다.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KFDA)가 허가를 승인한 면역항암제는 BMS, MSD, 로슈 등 글로벌 빅파마 치료제들로 아직까지 국내 기업 사례는 없다.
90조 원 규모의 면역항암제 시장진출을 위해 국내 상장기업들도 활발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피 기업들중에 유한양행이 벤처기업들과 공동으로 10여종의 면역항암제를 개발중이고, 동아에스티, 녹십자셀, 보령제약 등이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로는 신라젠, 제넥신 등이 면역항암제에 대한 연구개발 개발을 추진중에 있고, 루미마이크로는 자회사인 다이노나를 흡수합병해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지난해 면역항암제 개발로 25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다이노나는 10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은 국책과제로 선정돼 정부지원 자금을 받고 있으며 올해 코스닥 상장기업 루미마이크로가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다이노나는 중도기술료를 포함해 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통해 면역항암 항체 4종에 대한 독점 개발 및 사업화 권리를 에이프로젠KIC에 이전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7월 바이오 기업 굳티셀에 50억 원을 투자해 신규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동아에스티는 2016년 면역항암제 관련 기술 이전이라는 성과를 냈으며 해외 빅파마와 신규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면역항암제 분야에 집중할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녹십자셀은 지난 9월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가 미국 식약처로부터 췌장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탄력을 받고 있으며, 보령제약은 자회사 바이젠셀이 개발중인 면역항암제(VT-EBV-201)가 임상2상에 진입, 2022년 임상3상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중에 있다. 신라젠은 2020년 임상3상 완료를 목표로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중에 있으며 제넥신은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의 임상1b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 3세대 항암제 면역항암제, 글로벌 판매 단일품목 매출 조(兆) 단위 =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로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를 이어 3세대 항암제다.
1세대 항암제는 화학 항암제다. 세포독성물질로 모든 세포를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도 같이 손상시킨다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로 인해 탈모와 구토, 합병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이를 보완한 2세대 항암제로 '표적항암제'가 개발됐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특정 타깃을 목표로 공격한다. 부작용은 1세대 항암제 보다 상대적으로 적지만 내성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몸 속에 있는 면역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 우려가 적고 치료 효과도 뛰어나 주목을 받고 있다.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는 단일 치료제의 매출이 1조 원을 상회한다.
BMS의 옵디보는 지난해 5조 원, MSD의 키트루다는 4조 원, BMS의 여보이는 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MSD의 키트루다 매출은 매년 19%씩 성장해 2024년 매출 14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