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법인분리 추진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지엠 부평공장을 24일 방문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의 얼굴과 함께 ‘퇴진’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힌 스티커가 건물마다 수십 장씩 붙어있었다. 이 점을 빼면, ‘이 회사가 (법인분리 논란에 휩싸인) 그 회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장 내부 전경은 여느 날과 다르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공정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프레스 라인에는 철판이 수액처럼 끊임없이 공급됐다. 기계는 쉴새 없이 신차에 쓰일 문짝을 찍어냈고, 누런 귀마개로 양쪽 귀를 막은 사람들은 그 조형물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일하던 그들은 오전 열한 시가 되자 “담배라도 한 대 피우려면 얼른 밥을 먹고 (작업장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작업 현장에는, 법인분리의 혼란이 전해질 틈이 없었다. 도장 라인에 소속된 B씨는 “파업이니 법인분리니 해도 결국 정해진 할당량은 변하지 않는다”며 “여러모로 신경이 쓰여 일에 집중을 못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의 법인분리 논란은 한국지엠이 7월 현재의 단일 법인을 쪼개 생산·판매법인과 연구개발(R&D)법인으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한국지엠은 디자인센터와 기술연구소 등을 묶어 올해 안으로 3000여 명의 인력을 분리, 연구개발법인 ‘지엠테크니컬코리아’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법인분리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평공장은 한국지엠의 가장 큰 공장으로 현재 생산직과 사무직을 포함해 약 800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