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BMW의 소송을 대리하는 김앤장은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조미옥 부장판사)를 비롯해 다수의 민사소송 담당 재판부에 기일 지정을 미뤄달라는 내용이 담긴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김앤장은 해당 서면에서 “원고들은 추측성 언론 보도에 근거해 차량 화재의 원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해 당사자들 사이에 의미 있는 주장 개진과 증명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재 원인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단의 결과가 발표돼야 양측 주장이 명확하게 정리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공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사결과를 지켜본 후 소송절차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정부가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자동차 전문가, 법조인 등으로 구성한 단체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화재 원인과 추가 리콜 적정성 여부, 결함 은폐·축소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올 연말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각각의 재판부가 BMW 측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재판 시작일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관측된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태훈 부장판사는 다음 달 21일 첫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으나 BMW측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기일을 추후 다시 지정하기로 했다.
이에 원고 측은 재판부에 신속한 기일 지정을 요청했다. 다수 사건의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미 기일을 지정한 재판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기일을 지정하지 않는 재판부에서는 속히 기일을 지정해달라”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했다.
또 다른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신원의 성승환 변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로도 쟁점 파악이 가능하다”며 “12월 이후로 변론기일을 지정하는 것은 재판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법조계에서는 BMW가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BMW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하면 BMW가 불리할 수 있다”며 “대중의 관심이 사그라든 뒤 소송을 진행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앤장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