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자동차 보험료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손해보험업계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기본보험료율 검증을 의뢰했다.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도 서류 준비를 마치고 내주 초 요율 검증을 의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내부적으로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A 손보사 관계자는 “요율 검증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동차 보험료를 올릴 것”이라며 “12월 공고 후 한 달간의 고지 기간을 거쳐, 내년 초 인상된 보험료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들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손해율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지난달 손해율(가집계)은 90.4%를 기록했다. 전월(86.8%) 대비 3.6%포인트(P)나 뛰었다. 현대해상 93.8%, DB손보 92.8%, KB손보 94.5% 역시 줄줄이 올랐다.
손해율이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업계에선 적정 손해율을 77~78%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1%P 오를 때마다 60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팔수록 손해’인 자동차보험 부담에 손보사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해상의 3분기 순이익은 10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 줄었다. 같은 기간 메리츠화재도 729억 원으로 22% 급감했다. 14일 성적표 공개하는 삼성화재 역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인상 요인을 인위적(정치적)으로 억누르면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며 “보험료를 올리지 않으면 내년 손보사들은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도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인상 폭이다. 업계는 7~8% 정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기 상황을 고려해 원가 인상분인 3% 안팎으로 조율 중이다.
여기서 원가는 정비요금을 말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정비업체 공임이 2만5100원→2만9994원으로 19.5%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금 지급 증가분은 연간 3142억 원에 달한다. 연 2.9%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겼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미 사고 수리기준 확대와 사업비 절감 등 실적 개선요인이 있어 보험료 조정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며 “보험금 누수방지와 사업비 절감을 통해 보험료 인상요인이 과하게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