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합계출산율이 작년 1.05명에서 올해 1명 미만으로 추락하면서, 총인구 감소도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진다고 내다봤다. ‘인구절벽’의 재앙이 코앞에 닥친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중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지난해 한국의 1.05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밑돌았고, 전 세계 국가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암담하기 짝이 없다. 인구절벽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의 폭탄이자 한국 경제의 핵심 리스크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경고 또한 수없이 나왔다. 초(超)저출산은 고령화와 맞물려 노동인구를 감소시킨다. 이미 우리나라 고령인구(65세 이상)는 전체 인구 대비 14.3%로 고령사회에 들어갔다. 젊은 인구가 줄고 노인이 늘면서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로 경제 활력을 잃게 된다. 투자와 생산, 소비가 함께 감소해 저성장과 국가경쟁력 추락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 사회보장 비용이 급증하고, 국민연금의 고갈도 빨라지는 등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가져온다. 결국 갈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만 가중된다.
정부도 온갖 대책을 내놓고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다.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명목으로 쓴 예산만 150조 원을 웃돈다. 그런데도 성과가 없다. 그 이유부터 다시 점검하고 원점에서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그동안 단기 처방에 급급해 출산장려금, 양육수당 같은 돈을 직접 지원했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 채 막대한 예산이 허투루 샜다는 지적이 많다.
저출산 문제는 젊은 세대가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일자리를 비롯해 보육과 교육, 주택 등의 애로가 복합적으로 얽힌 탓이다. 대책도 육아와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의 경감, 주택난 해소, 아이를 낳고 일할 수 있는 여성 고용 안정을 위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이어야 한다.
당장에는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되찾는 일이 가장 급하다.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면 최악 상태인 저출산의 반전도 불가능하다. 경제성장으로 일자리가 늘어나야 청년의 복지가 나아지고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늙고 무기력한 나라로 추락하는 ‘인구재앙’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감소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이민 정책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당면 과제다.